미국에서 높은 법인세(35%)를 피하려고 본사를 해외로 옮기는 것을 금지하는 입법이 추진되자 기업들이 그 전에 탈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어제 보도했다. 코카콜라엔터프라이즈, 비료회사 CK인더스트리 등이 유럽 회사와 합병해 본사를 영국 런던(세율 20%)으로 옮길 예정이다. 지난해 15개사가 해외로 빠져나갔고 올해도 몬산토 등 몇 개 기업이 더 나갈 것이라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본사 해외 이전을 ‘비애국적 행위’로 규정하고 단속정책을 폈지만 반작용도 커지고 있다.

신용카드 결제회사 그래비티페이먼츠의 댄 프라이스 CEO는 지난 4월 직원들의 최저 연봉을 3년 내 7만달러(약 8200만원)로 인상키로 해 논란거리다. 그는 직원의 행복과 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해 자신의 연봉을 90% 삭감했다. 그 뒤 신입 지원자는 대폭 늘었지만 일부 A급 인재들은 오히려 불공정하다며 회사를 떠났다. 출근부에 도장만 찍는 직원과 비슷한 연봉을 받는 것을 참지 못한 것이다. 공동창업자인 친형의 소송에다 경영난까지 겪고 있다고 한다.

애국, 행복 같은 정서적 영역까지 법과 제도로 달성하려다 역풍을 맞은 사례들이다. 의도가 좋았다고 해도 방법이 틀린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권이 도덕과 법을 혼동해 소위 ‘그랬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을 법제화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의도가 좋다고 잘못된 결과까지 면책되진 않는다.

기업의 조세회피성 해외 이전을 막고 싶다면 세율을 적정수준으로 내리고 세원을 넓히는 게 정석이다. 비난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또한 기업의 보상은 누구에게나 많이 주는 결과적 평등이 아니라, 성과에 부합할 때 모두가 공정하게 받아들인다. 생산성과 동떨어진 고임금은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어설픈 정의감은 대개 어설픈 결과로 종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