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2018학년도부터 문·이과 통합…쉬운 수학, 바람직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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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짱 토론] 2018학년도부터 문·이과 통합…쉬운 수학, 바람직한가](https://img.hankyung.com/photo/201508/AA.10349981.1.jpg)
수학을 다소 쉽게 가르치고 문제도 쉽게 출제하자는데 대해 찬성론자들은 수포자(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를 막고 전체 학생들이 수학에 대한 흥미를 유지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수학을 배우는 주된 목표인 논리적
사고력을 기르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굳이 어렵게 수학을 가르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수학 학습량이 줄어 수학·과학 역량이 떨어지고 결국 국가경쟁력마저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학교에서 쉽게 가르치더라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대학별 고사에서 어렵게 출제한다면 사교육이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쉬운 수학, 바람직한가’를 주제로 황혜정 조선대 수학교육과 교수와 정진수 충북대 물리학과 교수가 지상토론을 벌였다.
찬성 / 한 번 놓치면 따라가기 힘든 수학…학습부담 덜어 '수포자' 줄어들 것
수학 개념 이해·탐구 초점 맞춰 사고력 향상 기대
![[맞짱 토론] 2018학년도부터 문·이과 통합…쉬운 수학, 바람직한가](https://img.hankyung.com/photo/201508/01.10352269.1.jpg)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 포기자(수포자)의 증가를 걱정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안간힘을 쓰는 것은 수학 학습을 통해 사고력 논리력 창의력 등과 같은 중요한 정신도야를 기르고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다른 공공연한 이유는 대학입시가 학교 교육의 목적이 된 상황에서 수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교육과정 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수포자의 구출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미시적 관점에서 다른 나라의 교육과정 내용에 비해 불필요하게 다뤄지는 단편적인 수학 내용들을 경감하고자 했다. 과도한 학습 부담을 주는 내용을 축소하고, 보다 중요한 수학 개념 이해 및 탐구에 초점을 둬 근본적인 수학에 대한 이해와 수학 가치를 고양시킬 수 있는 학습 환경이 조성되도록 했다는 의미다. 또한 거시적 관점에서 고등학교에 일반선택과 진로선택을 구분해 여러 가지 다양한 과목을 제안, 본인의 관심과 능력에 맞는 일부 선택과목 학습을 통해 대학 교육 및 향후 진로 향방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고난이도 수학도 배울 수 있게 했다.
무엇보다도 이번 개정 교육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평가 유의사항’ 코너 신설이다. 지금까지 학교 안팎의 시험 문제는 교육과정에 제시된 내용의 수준과 범위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채 출제됐다. 이번에 평가 유의사항 코너에서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 등을 분명하게 제시함으로써, 교육과정에 기초한 바람직한 문항 제작 및 출제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맞짱 토론] 2018학년도부터 문·이과 통합…쉬운 수학, 바람직한가](https://img.hankyung.com/photo/201508/01.10352272.1.jpg)
이번 개정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수학 교과역량의 강조, 학습 부담 경감 실현, 학습자의 정의적 측면 강조, 실생활 중심의 통계 내용 재구성, 공학적 도구의 활용 강조 등을 최대한 반영해 공교육이 충실히 실현된다면, 수학에 등 돌린 수포자들이 아마도 수학을 향해 마음을 열고 한 걸음 다가올 것으로 기대한다.
반대 / 변별력 없어 사교육에 더 의존…쉬운 교육은 국가경쟁력 떨어뜨려
'수포자' 줄이려면 교사 늘리고 인프라 개선해야
![[맞짱 토론] 2018학년도부터 문·이과 통합…쉬운 수학, 바람직한가](https://img.hankyung.com/photo/201508/01.10352271.1.jpg)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두 가지가 걱정이다. 첫째는 사교육의 기승이다. 상대평가를 하는 대학 수능은 학생들의 우열을 가리기 위해 어려운 문제가 필요하다. 좁은 범위에서 어려운 문제를 내려면 비비 꼬아놓은 고약한 문제가 필요하게 된다. 100분에 30문제나 풀어야 하는 수학에서 관건은 문제풀이 속도다. 사교육 시장은 문제를 풀지 않고도 객관식 문제에서 답을 골라내는 온갖 편법을 개발해 학생들에게 알려준다. 학생들은 더욱 사교육에 의존하게 될 것이고, 편법을 익히기 위한 학생 부담은 오히려 늘어난다.
둘째는 국가경쟁력 저하다. 일본은 1977년부터 교육내용을 축소하는 유토리(餘裕) 교육을 시작했다. 1990년 시작된 일본의 장기 경기 침체인 ‘잃어버린 10년’은 ‘잃어버린 20년’으로 늘어났다. 일본은 유토리 교육을 뼈저리게 후회하며 2007년 포기를 선언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일본이 실패한 교육정책에 매달리고 있다.
구글이 선정한 최고의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2030년까지 현재의 일자리 20억개가 사라진다고 했다. 세계 인구 70억명 중 약 절반이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약 60%가 직업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다.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까?
무릇 교육에 대한 계획은 이런 질문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현 교육과정 개정에는 이런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필요 없어서’가 아니라 ‘학생이 어려워해서’ 내용을 축소한다. 더 황당한 것은 새로운 내용을 교육과정에 추가할 수 없다는 교육부 요구다. 세상은 무섭도록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낡은 지식만 가르치겠다고 한다.
구글은 자사 수익의 절반 이상을 빅데이터를 활용한 투자로 번다. 세계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헤지펀드 매니저는 수학적 모델을 사용하는 수학자 짐 시먼스다. 일기예보, 지진예보는 모두 수학적 모델을 활용해 이뤄진다. 수요예측, 재고관리도 수학이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창조경제는 수학적 기반이 없으면 꿈도 꿀 수 없다. 미래에는 직업과 생활 구석구석에 수학의 역할이 늘어날 것이다.
수포자를 줄이려면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려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훨씬 열악한 교사 1인당 학생 수, 학급당 학생 수 등 교육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 그다음은 교육을 잘하려는 노력이 우선이다.
![[맞짱 토론] 2018학년도부터 문·이과 통합…쉬운 수학, 바람직한가](https://img.hankyung.com/photo/201508/01.10352270.1.jpg)
물론 수학교육에서 개선해야 할 것도 많다. 계산하는 기술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진짜 수학을 가르치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활에서 닥치는 문제를 잘 정의해서 수학적 모델을 세우고 결과를 검증하는 일이야 말로 미래에 필요한 능력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모두 포기한 채 유토리 교육만 고집하는 교육부가 ‘대한민국의 잃어버린 10년’을 만들까 걱정이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