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액체 방울의 모양과 크기, 위치를 자유롭게 바꾸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전기를 적게 쓰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나 혈액 한 방울을 떨어뜨려 각종 질환을 알아내는 ‘칩 위의 실험실’을 구현하는 데 활용할 전망이다.

송장근 성균관대 교수와 김수동 삼성디스플레이 연구원, 강신웅 전북대 교수는 수㎛(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크기의 액정(液晶) 방울의 모양과 크기, 위치를 전압을 가해 바꾸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9일 발표했다.

이 연구는 학술적인 성과와 앞으로 산업에 응용 가능성이 큰 점을 인정받아 지난 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소개됐다.

이 기술은 기름과 물방울이 서로 섞이지 않는 원리를 이용했다.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두 가지 액정 물질에 전기를 가하면 비슷한 성질의 액정 방울끼리 서로 합쳐지거나 위치가 움직이는 원리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이용해 기존 기술보다 10분의 1 수준의 전압으로, 세계 최초로 지름이 4㎛인 가는 실 모양의 액정을 만들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아마존은 전기를 가해 이런 작은 액체 방울을 옮기거나 형태를 바꾸는 기술을 활용, 차세대 전자종이를 개발하고 있지만 여전히 극복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 교수는 “최근에는 질병의 진단이나 미세 화학재료 합성 등에 활용하기도 하고, 초소형 가변 렌즈 등 전자 부품에 쓰거나 작은 압력을 전기로 변환시키는 에너지 수확기술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