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건보(健保)재정 안정, 소득중심 건보료 일원화에 달렸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향방
보험료 민원 5730만건…직장·지역 분리 형평성 논란
일정 소득자는 피부양자 제외…소득 없으면 면제
소득이 있는 이들의 보험료 회피 부작용 막아야
"한국의 건강보험료는 부담 능력에 비례한 조세 성격에 가깝다.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 소득에 비례한 보험료를 거두면 된다."
김용하 < 순천향대 교수·객원논설위원 >
보험료 민원 5730만건…직장·지역 분리 형평성 논란
일정 소득자는 피부양자 제외…소득 없으면 면제
소득이 있는 이들의 보험료 회피 부작용 막아야
"한국의 건강보험료는 부담 능력에 비례한 조세 성격에 가깝다.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 소득에 비례한 보험료를 거두면 된다."
김용하 < 순천향대 교수·객원논설위원 >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초안을 최근 마련했다. 월급 외에 고소득 직장인에게 추가 건보료를 부과하고, 고액의 재산과 소득이 있는데도 직장인 자녀에게 얹혀 무임승차하는 피부양자를 제한하며, 저소득층 지역가입자에게는 최저보험료를 일률 부과하는 방안으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내년 7월 시행할 계획이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은 해묵은 과제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3년 보험료 관련 민원은 5730만건으로 전체 민원의 80%에 이른다. 직장가입자·지역가입자·피부양자·지역가입 가구원 등의 부과 기준이 달라 생기는 자격변경 건수는 연 5215만건에 달한다.
직장과 지역조합으로 운영하던 의료보험을 국민건강보험으로 통합한 이후 보험료 형평성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초기에는 지역가입자 소득 파악의 어려움에 따른 직장·지역가입자 간 보험료 형평성이 쟁점이었는데, 지역가입자의 소득 파악률이 높아지고 지역가입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면서 논란의 초점은 직장·지역가입자로 나뉜 현재의 이원화된 부과체계에 따른 문제점으로 이동했다. 주로 자영업에 종사하는 지역가입자의 소득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소득 이외 재산 등에 대한 보험료 부과 방안은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즉 근로소득 외에도 다양한 소득과 재산을 가진 직장가입자에겐 근로소득을 중심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면서 지역가입자에게는 소득 외 재산이나 자동차, 전·월세 금액 등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현행 체계는 저소득 지역가입자에게 불리하다는 것이다. 직장가입자가 퇴직 후 소득이 없는데도 보험료는 더 높아졌다든지, 주거용 집이나 생계용 자동차가 있다는 이유로 보험료를 무겁게 물리는 사례는 현행 체계의 문제점으로 꼽을 수 있다.
고액 자산가가 보험료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직장가입자로 위장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배경도 이원화된 보험료 부과체계에 기인한다. 따라서 직장·지역가입자 구분 없이 소득을 중심으로 보험료 부과체계를 단일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지역의 ‘소득 중심 전환’이 과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이 없다. 문제는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를 어떻게 소득 중심으로 전환할 것이냐다.
1989년 10%에 불과하던 자영업자 소득 파악률이 신용카드 사용 확대와 현금영수증 제도 도입 등으로 2013년 80.8%로 높아졌고 분리과세하는 금융소득 등 다양한 소득자료까지 포함하면 95% 수준이 됐다. 소득 중심 단일보험료 부과체계로 전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소득 중심으로 전환할 때 소득이 노출되지 않는 일부 거액 자산가와 여전히 소득자료가 거의 없는 저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보험료 부과 방안이 필요하다. 더욱이 직장가입자는 광범위한 피부양자 개념이 존재해 소득이 있는 한 사람만 보험료를 납입하면 되지만, 지역가입자에게는 피부양자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부과체계의 차별은 보험료를 회피하려는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소득 없는 거액 자산가는 별도 부과
2013년 7월 구성된 건강보험료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은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공약인 소득 중심 보험료 부과체계의 단계적 개편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 9월 개선 방안을 어렵사리 도출했다. 소득 중심으로 부과체계를 개편하고, 수입 측면에서 보험재정 중립을 유지하며, 무임승차자를 최대한 축소하는 기본 방향 아래 문제가 되고 있는 △피부양자 기준 소득 금액 △피부양자의 지역가입자 전환 여부 △지역가입자 소득보험료 등급 조정 방법 등에 따라 7개의 안을 제시했다.
7개 안 중에서 대표적인 안(재정 중립 전제)을 기준으로 개편한다고 할 때 현재보다 보험료가 올라가는 가입자는 620만가구, 보험료가 내려가는 가입자는 1593만가구로 예상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적게 내는 가구가 훨씬 많지만 많이 내는 사람들은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안을 따르더라도 불만과 민원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이를 감수할 용기가 없으면 개편은 불가능하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은 △지역가입자 보험료 부과 방안 △피부양자 제도 개선 △직장가입자 보수 외 소득에 부과하는 방안 △부과체계 개선에 따른 재정 문제 등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있다. 한국의 건강보험료는 보험료와 의료서비스 간에 연결고리가 없는 부담 능력에 비례한 조세 성격에 가깝다.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 소득에 비례한 보험료를 거두면 된다. 직장가입자도 근로소득 외에 사업소득·재산소득·금융소득·연금소득 등이 있다면 보험료를 추가적으로 부담하도록 하면 된다.
이때, 어느 정도 이상의 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할지에 대한 기준을 정하는 것이 가장 민감한 문제일 것이다. 지역가입자의 자동차, 재산 등에 대한 보험료 부과는 없애되 소득 중심 보험료 부과 기준을 직장가입자와 동일하게 개선하고, 일부 소득이 없는 거액 자산가에 대해서는 별도의 과도기적 보험료 부과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 소득이 일정액 이상인 사람은 과감하게 피부양자에서 제외하되, 일정한 직장이 없는 경우에는 매년 건강보험료 정산시에 보험료를 추가로 부과하면 된다.
직장과 지역의 구분은 직장에 부과할 것인가, 주거지에 부과할 것이냐의 차이 외에는 원칙적으로 없도록 해야 한다. 최저보험료도 소득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노인, 전업주부, 학생, 미취학 아동 등 제외)에게 부과하되 현재의 최저보험료 수준에서 과도하게 높아지지 않도록 하고, 소득이 명확히 없는 가구에는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직장가입자에게만 존재하던 피부양자 개념도 자연스럽게 없어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을 위해
한국의 건강보험료는 사업장 가입자 기준으로 6.07%로 유럽(12~15%)이나 대만(8.5%), 일본(8.2%)보다 낮은데, 2014년 사회보장위원회의 장기재정추계 결과를 보면 보건의료 지출은 2013년 국내총생산(GDP)의 4.2%였으나 2060년이면 13.6% 수준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건강보험료 수준이 20%대를 훨씬 넘게 돼 지속 가능한 범주를 벗어난다. 건강보험료가 이렇게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지 않도록 다양한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하겠지만, 일정 수준까지 보험료가 인상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다. 이때, 보험료 부과의 기반이 되는 보험료 부과체계가 똑바로 서지 않으면 건강보험제도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는 점에서, 논란에도 불구하고 개편의 언덕을 넘어야 한다.
김용하 < 순천향대 교수·객원논설위원 >
직장과 지역조합으로 운영하던 의료보험을 국민건강보험으로 통합한 이후 보험료 형평성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초기에는 지역가입자 소득 파악의 어려움에 따른 직장·지역가입자 간 보험료 형평성이 쟁점이었는데, 지역가입자의 소득 파악률이 높아지고 지역가입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면서 논란의 초점은 직장·지역가입자로 나뉜 현재의 이원화된 부과체계에 따른 문제점으로 이동했다. 주로 자영업에 종사하는 지역가입자의 소득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소득 이외 재산 등에 대한 보험료 부과 방안은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즉 근로소득 외에도 다양한 소득과 재산을 가진 직장가입자에겐 근로소득을 중심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면서 지역가입자에게는 소득 외 재산이나 자동차, 전·월세 금액 등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현행 체계는 저소득 지역가입자에게 불리하다는 것이다. 직장가입자가 퇴직 후 소득이 없는데도 보험료는 더 높아졌다든지, 주거용 집이나 생계용 자동차가 있다는 이유로 보험료를 무겁게 물리는 사례는 현행 체계의 문제점으로 꼽을 수 있다.
고액 자산가가 보험료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직장가입자로 위장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배경도 이원화된 보험료 부과체계에 기인한다. 따라서 직장·지역가입자 구분 없이 소득을 중심으로 보험료 부과체계를 단일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지역의 ‘소득 중심 전환’이 과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이 없다. 문제는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를 어떻게 소득 중심으로 전환할 것이냐다.
1989년 10%에 불과하던 자영업자 소득 파악률이 신용카드 사용 확대와 현금영수증 제도 도입 등으로 2013년 80.8%로 높아졌고 분리과세하는 금융소득 등 다양한 소득자료까지 포함하면 95% 수준이 됐다. 소득 중심 단일보험료 부과체계로 전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소득 중심으로 전환할 때 소득이 노출되지 않는 일부 거액 자산가와 여전히 소득자료가 거의 없는 저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보험료 부과 방안이 필요하다. 더욱이 직장가입자는 광범위한 피부양자 개념이 존재해 소득이 있는 한 사람만 보험료를 납입하면 되지만, 지역가입자에게는 피부양자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부과체계의 차별은 보험료를 회피하려는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소득 없는 거액 자산가는 별도 부과
2013년 7월 구성된 건강보험료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은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공약인 소득 중심 보험료 부과체계의 단계적 개편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 9월 개선 방안을 어렵사리 도출했다. 소득 중심으로 부과체계를 개편하고, 수입 측면에서 보험재정 중립을 유지하며, 무임승차자를 최대한 축소하는 기본 방향 아래 문제가 되고 있는 △피부양자 기준 소득 금액 △피부양자의 지역가입자 전환 여부 △지역가입자 소득보험료 등급 조정 방법 등에 따라 7개의 안을 제시했다.
7개 안 중에서 대표적인 안(재정 중립 전제)을 기준으로 개편한다고 할 때 현재보다 보험료가 올라가는 가입자는 620만가구, 보험료가 내려가는 가입자는 1593만가구로 예상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적게 내는 가구가 훨씬 많지만 많이 내는 사람들은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안을 따르더라도 불만과 민원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이를 감수할 용기가 없으면 개편은 불가능하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은 △지역가입자 보험료 부과 방안 △피부양자 제도 개선 △직장가입자 보수 외 소득에 부과하는 방안 △부과체계 개선에 따른 재정 문제 등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있다. 한국의 건강보험료는 보험료와 의료서비스 간에 연결고리가 없는 부담 능력에 비례한 조세 성격에 가깝다.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 소득에 비례한 보험료를 거두면 된다. 직장가입자도 근로소득 외에 사업소득·재산소득·금융소득·연금소득 등이 있다면 보험료를 추가적으로 부담하도록 하면 된다.
이때, 어느 정도 이상의 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할지에 대한 기준을 정하는 것이 가장 민감한 문제일 것이다. 지역가입자의 자동차, 재산 등에 대한 보험료 부과는 없애되 소득 중심 보험료 부과 기준을 직장가입자와 동일하게 개선하고, 일부 소득이 없는 거액 자산가에 대해서는 별도의 과도기적 보험료 부과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 소득이 일정액 이상인 사람은 과감하게 피부양자에서 제외하되, 일정한 직장이 없는 경우에는 매년 건강보험료 정산시에 보험료를 추가로 부과하면 된다.
직장과 지역의 구분은 직장에 부과할 것인가, 주거지에 부과할 것이냐의 차이 외에는 원칙적으로 없도록 해야 한다. 최저보험료도 소득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노인, 전업주부, 학생, 미취학 아동 등 제외)에게 부과하되 현재의 최저보험료 수준에서 과도하게 높아지지 않도록 하고, 소득이 명확히 없는 가구에는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직장가입자에게만 존재하던 피부양자 개념도 자연스럽게 없어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을 위해
한국의 건강보험료는 사업장 가입자 기준으로 6.07%로 유럽(12~15%)이나 대만(8.5%), 일본(8.2%)보다 낮은데, 2014년 사회보장위원회의 장기재정추계 결과를 보면 보건의료 지출은 2013년 국내총생산(GDP)의 4.2%였으나 2060년이면 13.6% 수준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건강보험료 수준이 20%대를 훨씬 넘게 돼 지속 가능한 범주를 벗어난다. 건강보험료가 이렇게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지 않도록 다양한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하겠지만, 일정 수준까지 보험료가 인상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다. 이때, 보험료 부과의 기반이 되는 보험료 부과체계가 똑바로 서지 않으면 건강보험제도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는 점에서, 논란에도 불구하고 개편의 언덕을 넘어야 한다.
김용하 < 순천향대 교수·객원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