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번역·출간된 《나인 드래곤》(알에이치코리아 펴냄)은 해리 보슈 시리즈의 열네 번째 작품이다. 10일 이메일로 만난 코넬리는 “정의와 공정성 같은 보편적이고 매력적인 주제를 다루는 것이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해리 보슈는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상관마저 치받아버리는 독불장군이다. 주변에 적을 많이 만들지만 오직 정의를 위해 돌진한다. 하지만 《나인 드래곤》에 나온 보슈의 모습은 이전 작품과 사뭇 다르다. LA 차이나타운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그는 홍콩에 사는 딸이 납치됐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진다. 작가는 “세월이 흐르면서 보슈가 좀 부드러워졌다”며 “그가 딸을 얻으며 인생을 넓은 시각에서 볼 수 있었던 한편 지켜야 할 누군가가 생기면서 약점을 지닌 존재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넬리는 소설가가 되기 전 LA타임스에서 범죄담당 기자로 일했다. 사건·사고를 다뤘던 경험은 그가 소설가로 변신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의 작품은 여느 추리소설보다 사건이나 공간 묘사가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작품을 쓸 때 등장인물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직접 만납니다. 살인사건 전담 형사나 형사 전문 변호사들이죠.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에 대해 글을 쓰려면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을 잘 알아야 하니까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도 사무실 없이 차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LA의 한 변호사로부터 영감을 얻어 쓴 작품이다.
해리 보슈의 본명은 히에로니무스 보슈다.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기괴한 분위기의 작품을 남긴 15세기 네덜란드 화가의 이름과 같다. 작가는 “헝클어진 세상을 묘사하는 보슈의 그림과 살인사건 현장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해 주인공의 이름을 정했다”며 “둘 다 해독하고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는 혼돈의 순간이라는 게 공통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영미권이나 일본에 비해 추리·스릴러물의 인기가 높지 않다. 이에 대해 코넬리는 “범죄는 이야기의 골격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를 읽지 않는 이들은 멋진 것을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사람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원합니다. 한번 읽어보지도 않고 장르 전체를 무시해버리는 것은 잘못입니다. 범죄 소설 안에는 재미있는 이야기와 멋진 인물들이 있습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