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이 5~10년 후를 겨냥해 경쟁력의 원천이 될 신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실시한 ‘2015년도 연구개발활동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328개 주요 일본기업 중 3분의 1인 111개사가 올해 사상 최대 규모 연구개발(R&D) 투자에 나설 것으로 나타났다. R&D 투자 1위 기업인 도요타만 해도 1조500억엔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연도별 비교가 가능한 268개사의 경우 올해 R&D 투자액이 전년도에 비해 4.7% 증가한 11조7940억엔으로 6년 연속 증가세인 점도 눈길을 끈다.

주목할 것은 이런 R&D 투자 증가세가 특정업종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동차·자동차부품 6.1%, 기계·엔지니어링·조선 8.5%, 소재·화학 5.1% 등 거의 전 분야에서 뚜렷하다. 사상 최대 규모 R&D 투자를 단행하는 기업도 도요타뿐 아니라 미쓰비시중공업, 도레이, 아스테라스제약 등 각 분야에 골고루 퍼져 있다. 일본 제조업체가 늘리는 건 비단 R&D 투자만이 아니다. 일본정책투자은행이 발표한 ‘2015년도 설비투자 계획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설비투자 증가율은 24.2%에 달했다. 일본 경제 거품기인 1988년 이후 27년 만에 최고치다. 투자 내용도 차세대 먹거리를 위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점이 특징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내일을 위한 투자’에 나서는 대신 ‘오늘을 위한 배당’으로 내몰리는 기업이 갈수록 늘고 있다. 한경이 30대 그룹 상장사 배당을 조사한 결과 배당규모는 10조497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4.3% 증가했고, 중간 배당으로 치면 323%나 폭증했다(한경 8월10일자 A1, 3면 참조). 정부가 기업 사내 유보금이 가계로 흘러들어가야 한다며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하자 기업이 투자 대신 배당을 선택한 결과다. 거의 모든 기업의 신규 투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그것도 기업실적이 하락세인 시기에 배당만 늘린다는 건 새로운 성장동력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심지어 정부는 대기업의 연구개발 세액공제까지 축소하는 마당이다. 이렇게 해서 어떻게 일본 기업을 이길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