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외교…'큰 손님' 안 온다] 올해 한국 찾은 해외정상 일본의 절반…정상급 국제행사도 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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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메르스 등 악재로 활발한 외교정책 못펼쳐
박 대통령 2년간 12회 순방길…국제회의 대신 1대1회담 선호
한·일 관계 명분 고집하다 국제사회서 한국만 고립
"인근 국가들과 연대한 국익 챙기는 실리외교 시급"
박 대통령 2년간 12회 순방길…국제회의 대신 1대1회담 선호
한·일 관계 명분 고집하다 국제사회서 한국만 고립
"인근 국가들과 연대한 국익 챙기는 실리외교 시급"
1988년 서울올림픽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서울평화상은 작년 9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가 한국 방문 일정을 미루면서 시상식을 열지 못하는 ‘굴욕’을 겪었다. 평화상 제정 2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세계 정상들의 방문 후보 순위에서 한국이 밀려난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3월 일본을 찾은 메르켈 총리는 악화된 한·일 관계를 감안해 한국 방문을 부담스러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방으로 밀려난 한국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 들어 정상급 인사들의 한국 방문이 급감한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고 분석한다.
작년 세월호 참사와 올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등으로 대외정책을 제대로 펼 수 없었던 것이 1차 원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적극적인 외교 정책을 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일즈 외교’를 내세운 이명박 정부 때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핵안보정상회의 등 굵직한 행사들이 잇따라 열리면서 전 세계 정상들이 한국을 찾았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선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외에 각국 정상들이 대규모로 한국을 방문하는 국제 행사는 없었다.
그동안 개최한 국제행사들마저도 통일성이 없다. 세계사이버스페이스총회, 세계교육포럼 등 제각각이다. 이전 정부에서 C40 기후정상회의, 글로벌 녹색성장서밋 등 녹색성장과 친환경을 테마로 한 글로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치한 것과 비교된다.
정상회담 실적도 저조하다. 박 대통령이 올해 19개국과 연 정상회담 중 11개 회담은 국내에서 열렸다. 각국 정상들을 한꺼번에 두루 만날 수 있는 국제회의 대신 국내로 초청하거나 상대국을 방문하는 1 대 1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외 순방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도 아니다. 박 대통령은 취임 2년간 12회 순방길에 올라 24개국을 찾았다. 반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같은 기간 27회에 걸쳐 59개국을 방문했다. 박 대통령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12회에 걸쳐 34개국을 둘러봤다. 올해 해외 정상급 인사의 방한(11회)은 방일(21회)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외교전략이 명확하지 않은 것은 한국이 세계 정상급 지도자와 유력 인사들의 관심 밖으로 멀어지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경제지표상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한때 ‘벤치마킹’ 국가로 꼽혔던 한국이 예전의 위상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 가로막는 한·일 관계
일각에서는 한·일 관계 악화도 대외관계에 걸림돌이 됐다고 분석한다. 일본을 초청해야 하거나 일본과 맞닥뜨릴 수 있는 국제행사를 피하다 보니 외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처럼 일본을 방문했던 인사 중 껄끄러운 한·일 관계를 고려해 한국 방문을 조심스러워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가 ‘원칙주의’에서 벗어나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일본의 ‘과거사 반성’이라는 원리원칙과 명분만 중시하다 한국만 고립됐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일본은 지난 4월 과거사 갈등을 뒤로하고 중국과 정상회담을 했고 9월 중·일 정상회담을 열기 위해 물밑 접촉을 벌이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서도 일본을 비롯한 아세안 국가들이 뛰어든 가운데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하다 협상 테이블에서 밀려났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 전문가는 “메르스를 이유로 박 대통령의 방미도 취소되고 해외 정상들의 발길도 끊기면서 청와대 문턱엔 먼지만 쌓이고 있다”며 “지도자의 외교력에 따라 국가의 위상뿐만 아니라 이익까지 걸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인근 국가와 연대해 국익을 챙기는 실리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 들어 정상급 인사들의 한국 방문이 급감한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고 분석한다.
작년 세월호 참사와 올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등으로 대외정책을 제대로 펼 수 없었던 것이 1차 원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적극적인 외교 정책을 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일즈 외교’를 내세운 이명박 정부 때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핵안보정상회의 등 굵직한 행사들이 잇따라 열리면서 전 세계 정상들이 한국을 찾았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선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외에 각국 정상들이 대규모로 한국을 방문하는 국제 행사는 없었다.
그동안 개최한 국제행사들마저도 통일성이 없다. 세계사이버스페이스총회, 세계교육포럼 등 제각각이다. 이전 정부에서 C40 기후정상회의, 글로벌 녹색성장서밋 등 녹색성장과 친환경을 테마로 한 글로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치한 것과 비교된다.
정상회담 실적도 저조하다. 박 대통령이 올해 19개국과 연 정상회담 중 11개 회담은 국내에서 열렸다. 각국 정상들을 한꺼번에 두루 만날 수 있는 국제회의 대신 국내로 초청하거나 상대국을 방문하는 1 대 1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외 순방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도 아니다. 박 대통령은 취임 2년간 12회 순방길에 올라 24개국을 찾았다. 반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같은 기간 27회에 걸쳐 59개국을 방문했다. 박 대통령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12회에 걸쳐 34개국을 둘러봤다. 올해 해외 정상급 인사의 방한(11회)은 방일(21회)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외교전략이 명확하지 않은 것은 한국이 세계 정상급 지도자와 유력 인사들의 관심 밖으로 멀어지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경제지표상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한때 ‘벤치마킹’ 국가로 꼽혔던 한국이 예전의 위상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 가로막는 한·일 관계
일각에서는 한·일 관계 악화도 대외관계에 걸림돌이 됐다고 분석한다. 일본을 초청해야 하거나 일본과 맞닥뜨릴 수 있는 국제행사를 피하다 보니 외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처럼 일본을 방문했던 인사 중 껄끄러운 한·일 관계를 고려해 한국 방문을 조심스러워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가 ‘원칙주의’에서 벗어나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일본의 ‘과거사 반성’이라는 원리원칙과 명분만 중시하다 한국만 고립됐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일본은 지난 4월 과거사 갈등을 뒤로하고 중국과 정상회담을 했고 9월 중·일 정상회담을 열기 위해 물밑 접촉을 벌이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서도 일본을 비롯한 아세안 국가들이 뛰어든 가운데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하다 협상 테이블에서 밀려났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 전문가는 “메르스를 이유로 박 대통령의 방미도 취소되고 해외 정상들의 발길도 끊기면서 청와대 문턱엔 먼지만 쌓이고 있다”며 “지도자의 외교력에 따라 국가의 위상뿐만 아니라 이익까지 걸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인근 국가와 연대해 국익을 챙기는 실리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