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킬로이
매킬로이
‘진짜 골프 황제 가리자.’

세계 남자 골프의 과거와 현재, 미래로 평가받는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타이거 우즈(미국)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조던 스피스(미국) 등이 진정한 골프 황제 자리를 놓고 진검승부를 벌일 태세다. 13일(한국 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콜러의 휘슬링스트레이츠코스(파72·7514야드)에서 열리는 PGA챔피언십이 그 격전의 무대다. 이 대회는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 경기다. 여기에 ‘바람의 아들’ 양용은(43)까지 출사표를 던졌다. 양용은은 2009년 이 대회에서 우즈를 꺾어 파란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아시아의 무명 선수에게 우승컵을 헌납했던 우즈는 공교롭게도 그 이후부터 쇠락의 길을 걷고 있어 결정적인 반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매킬로이 vs 스피스

팬들의 가장 큰 관심은 같은 조에 편성된 세계랭킹 1위 매킬로이와 2위 스피스다. 축구하는 도중 발목을 다친 매킬로이는 한 달여 만에 이번 대회를 통해 투어에 복귀한다. 그는 11일 미국 골프전문 매체 골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몸 상태가 100%로 돌아왔다”고 밝혀 대회 출전 의지를 공식화했다. 그는 우즈와 스피스가 커트 탈락한 지난해 대회 챔피언이다. 타이틀 방어와 함께 차기 황제 자리를 재확인하겠는 각오다. 재활 훈련에 집중해온 매킬로이는 어프로치와 퍼팅 등 쇼트게임 중심으로 최근까지 90라운드 이상의 연습경기를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피스
스피스
가장 강력한 대항마는 단연 스피스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세계랭킹 1위 자리는 그의 몫이다. 앞서 마스터스와 US오픈을 제패한 만큼 ‘아메리칸 슬램’이라는 대기록도 달성할 수 있다. 아메리칸 슬램이란 미국에서 열리는 3개의 메이저대회를 한 시즌에 모두 우승하는 것. PGA 투어 역사상 아무도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이다.

미국인이 한 시즌 4대 메이저를 모두 휩쓸 수 있다는 점에서 ‘아메리칸 스윕’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앞서 열린 브리티시오픈 우승자인 잭 존슨도 미국인이다. 노장 톰 왓슨(66·미국)은 ABC TV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는 스피스”라고 말했다. 올 시즌 투어에서 가장 많은 4승(메이저 2승 포함)을 올리는 등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양용은-우즈 “우린 죽지 않았어”

올해 PGA 투어 시드를 잃은 양용은(2009년 우승)은 숀 미킬(2003년 우승), 리치 빔(2002년 우승)과 함께 ‘추억의 챔프’ 조에서 경기에 나선다. 초청 선수 자격이다. 우승할 경우 투어 출전 자격을 다시 얻을 수 있는 만큼 각오가 남다르다. 바람이 강하고 러프가 질긴 대회장(휘슬링스트레이츠 코스)도 유러피언 투어에서 주로 활동한 그의 면모와 잘 맞아 떨어진다.

매킬로이·스피스 "진정한 황제 가리자"
그는 지난달 열린 유러피언 투어 오메가유러피언마스터스 대회 2라운드에서 7언더파를 몰아쳐 선두에 오르는 등 예전의 기량을 차츰 회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장타자 더스틴 존슨(미국)에게 이번 대회장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특히 18번홀은 그에게 악몽이다. 2010년 우승을 노리던 그는 벙커인 줄 모르고 클럽 헤드를 지면에 내려놓았다가 2벌타를 받고 첫 메이저 우승 기대를 접어야 했다. 투어 9승을 기록한 그는 아직 메이저 승수가 없다.

2013년 PGA 투어 5승 이후 부진의 늪에 빠진 ‘과거의 황제’ 우즈의 재기 여부도 팬들의 여전한 관심사다. 2008년 US오픈에서 우승한 그는 2009년 이 대회에서 양용은에게 충격패를 당한 이후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수집하지 못했다. 올 시즌 US오픈과 브리티시오픈에서 잇달아 커트 탈락하는 수모를 당한 우즈는 이달 초 PGA 투어 퀴큰론스내셔널에서는 공동 18위에 오르는 등 재기 가능성을 보여줘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