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올려라" 비상 걸린 제일모직
제일모직에 비상이 걸렸다. 오는 9월14일까지 주가를 끌어올려야 해서다. 이날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해 탄생하는 ‘통합 삼성물산’의 신주를 옛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배부하는 날이다. 이날 주가가 높은 수준에 형성되면 옛 삼성물산 주주들도 합병에 공감하게 된다. 제일모직은 이를 위해 당초 10월23일까지 사겠다고 발표한 자사주 4400억원어치를 8월 중 대부분 매입하기로 하는 등 ‘주가 부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일모직은 다음달 7일께부터 주식시장에서 삼성물산으로 이름을 바꿔 거래된다. 이달 27일부터 옛 삼성물산 주식은 거래가 정지된다. 9월14일이 되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계약상 주식 교환 비율인 ‘1 대 0.35’에 따라 옛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통합 삼성물산의 신주가 배부된다.

현재 삼성물산 주식 100주를 갖고 있는 주주는 9월14일 통합 삼성물산의 신주 35주를 받게 된다. 그날 옛 삼성물산 주주들이 받게 되는 주식의 주당 가치는 당일 삼성물산(제일모직) 주식의 종가가 된다.

문제는 현재 삼성물산 주주 상당수가 주식 교환 비율 1 대 0.35에 불만이 있다는 점이다. 9월14일 제일모직 주가가 충분히 높으면 합병비율에 대한 불만이 어느 정도 누그러질 수 있다. 하지만 당일 주가가 낮으면 불만이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이 삼성의 우려다. 주주들 사이에서 ‘합병이 무산되면 주가가 폭락한다고 해서 합병을 지지했는데, 제일모직 주가가 떨어져 이중으로 손해를 봤다’는 항의가 나올 수 있어서다.

제일모직은 이에 대비해 자사주 250만주를 앞당겨 이달 중 대부분 매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제일모직 주가는 속절없이 하락해 11일 15만500원에 마감했다. 두 회사가 합병을 발표한 지난 5월26일(18만8000원)에 비해선 약 25% 떨어졌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