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고공비행' 제주항공 올라타고 AK홀딩스 주가 3년새 300% 올랐다
2012년 9월 애경유화에서 AK홀딩스가 인적분할돼 지주회사로 재상장한 첫날 종가는 2만3200원이었다. 그로부터 3년 가까이 흐른 11일 AK홀딩스는 9만5100원으로 장을 마쳤다. 2년11개월 만에 주가가 309.91% 뛰었다. 자회사인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의 성장세와 상장에 대한 기대가 지주사 AK홀딩스 주가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평가다.

○제주항공, 지주사에 날개

AK홀딩스의 올해 예상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3조1246억원, 영업이익은 1774억원이다. 작년보다 각각 8.7%, 20.3% 증가하는 규모다. AK홀딩스가 지분 69.61%를 보유한 제주항공의 실적 개선 덕을 크게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제주항공은 올해 상반기에 28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작년 동기(30억원)에 비해 851% 늘었다.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295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저유가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LCC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올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은 제주항공은 설립 초기만 해도 애경그룹 내 ‘미운 오리 새끼’ 같은 존재였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영업적자를 낸 탓이다. 5년간 영업손실 규모만 738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꾸준한 투자로 규모의 경제를 이뤄 2011년 흑자로 돌아섰다. 최근 3년간 매년 성장하며 ‘백조’로 거듭났다. 연내 상장도 추진 중이다.

이지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항공기 18대, 노선 24개에서 올해 항공기 22대, 노선 30개 이상으로 확대될 예정”이라며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면 정비 인프라 확충과 인력 충원, 항공기 구매 등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국내 LCC 중 가장 많은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월 중국 베이징 노선에 취항해 유커(중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사업뿐만 아니라 화학(애경유화, 애경화학) 생활용품(애경산업) 백화점(AK S&D) 부동산개발(에이엠플러스자산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하는 자회사를 두고 있는 것도 AK홀딩스의 강점으로 꼽힌다. 세탁비누를 생산하던 애경유지공업이 그룹의 모태인 만큼 생활용품사업에도 힘을 싣고 있다.

안재석 AK홀딩스 기획팀 전무는 “오랜 전통과 축적된 기술력으로 생활용품 분야에서 신뢰를 쌓아왔다”며 “다소 취약한 화장품사업을 강화하고 친환경 제품을 개발해 성장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LCC 경쟁 심화, 유통 부진은 우려

제주항공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는 크지만 LCC시장의 경쟁 심화는 증권업계에서 우려하는 부분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에 이어 두 번째 LCC 자회사인 에어서울 취항을 준비 중이다. 에어아시아 등 외국계 LCC들도 한국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AK홀딩스의 또 다른 축인 화학·유통부문의 업황 부진도 변수로 꼽힌다.

시가배당률이 1%도 채 안되는 낮은 배당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안 전무는 “시가배당률이 낮은 편이지만 지주사 전환 이후 매년 배당금 총액을 조금씩 높이고 있다”며 “배당을 늘리려면 실적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마련해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