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미국 금리인상 신호
스탠리 피셔 미국 중앙은행(Fed) 부의장(사진 왼쪽)은 10일(현지시간) “(금리를 올리기엔) 아직 물가상승률이 너무 낮다”고 말했다. 이르면 다음달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기존의 관측과 배치되는 발언이어서 금융시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피셔 부의장은 이날 블룸버그TV에 출연, 다음달 금리 인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고용상황은 상당히 개선됐지만 인플레이션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나 고용이 정상으로 돌아가기 전에 금리를 성급히 올려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피셔 부의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 등을 지낸 국제통화계의 거물로 Fed 내에서 재닛 옐런 의장에 이어 2인자다.

Fed가 지표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은 올해 6월 현재 전년 동기 대비 0.3%로, 지난 3년 동안 Fed의 목표치(2%)보다 크게 낮다. 피셔 부의장은 “(기준금리)정책 결정에 인플레이션이 이보다 중요한 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지역 프레스클럽 연설에서 “미국은 금리를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달 5일에도 “경제지표가 크게 나빠지지 않는 한 (Fed가) 9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Fed는 다음달 16일과 17일 이틀간 금리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금리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Fed는 지난달 29일 FOMC회의에서 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고용시장에서 좀 더 개선이 이뤄지고, 인플레이션이 중기 달성 목표인 2%에 근접했다는 합리적 판단이 들 때 금리를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Fed는 2008년 12월 기준금리를 제로수준(연 0~0.25%)으로 내린 뒤 6년8개월 동안 한 번도 손대지 않고 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