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오는 14일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에 ‘사죄’ 표현을 넣을 것이라는 일본 언론들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사죄뿐 아니라 ‘반성, 침략, 식민지배’란 4대 키워드를 모두 포함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전후 50년 무라야마 담화(1995년), 60년 고이즈미 담화(2005년)를 인용하거나 일반론적 언급을 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다. 사죄 표현조차 배제하겠다던 아베가 일본 내 여론까지 악화하자 한발 물러서는 듯하다.

이번 담화는 안팎의 압력에 떠밀린 사죄의 모양새를 띨 공산이 커졌다. 아베는 안보법 파동으로 지지율이 30%대로 급락한 데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눈총도 따갑다. 정계 원로인 나카소네 전 총리와 최대 신문 요미우리, 연정 파트너 공명당까지 침략 인정과 사죄를 촉구하면서 명분을 쌓아줬다.

하지만 아베 담화가 어떤 내용을 담든지 이번에도 진심 어린 반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담화 표현과 평소 아베 언행의 부조화 탓만이 아니다. 일본이 수없이 반성과 사죄를 늘어놔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자신에 대한 진지한 과거사 반성이 없는 탓이다. 20세기 전반에 광기 어린 전체주의에 빠져 국민을 사지로 몰아넣고 심대한 피해를 안긴 것부터 반성해야 비로소 이웃에 대한 반성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고선 늘 허구의 수식어로 들릴 뿐이다.

아베는 일본의 전체주의적 광기부터 반성해야 마땅하다. 이는 일본이 정상적인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그래야 진정성도 인정받는다. 아베가 전후 70주년 담화에 반드시 담아야 할 것은 이웃에 대한 사과에 앞서 먼저 내부의 역사적 과오부터 반성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