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원유 수출금지를 해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이르면 다음달 표결에 부칠 것이라는 소식이다. 하원을 거쳐 상원에서 법안이 확정되면 2017년부터는 세계에 미국산 원유가 공급된다. 40년 만에 셰일가스와 오일로 재무장한 원유 수출국으로 다시 등장하는 것이다. 원유는 그야말로 미국 경상적자의 주 요인이었다. 세계 경제는 물론 국제정치와 안보를 좌지우지하는 상품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원유 수입 비중은 전체 소비의 27%까지 내려갔다. 물론 미국 내 생산이 늘어났고 그만큼 유가는 떨어졌다. 셰일혁명이 낳은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다.

유가하락으로 인한 산유국들의 피해는 엄청나다. 사우디는 경기 악화로 국채까지 발행하고 있다. 유엔의 비상임이사국 선출을 자진 사퇴할 만큼 비장하다. 성장률이 -7%까지 내려간 베네수엘라 등 다른 산유국들도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중동지역은 미국의 정치·군사적인 관심이 급격하게 약화되면서 새로운 헤게모니를 향해 각 세력들이 각축을 벌이는 분쟁지로 바뀌고 있다.

미국 경제는 제조업에까지 탄력이 붙고 있다.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생산원가가 하락하고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공장들도 미국을 찾는다. 여기에 원유까지 수출한다면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된다. 한동안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의 덫에 내몰렸던 미국이다. ‘트리핀의 딜레마’로 국제금융질서를 설명하곤 했다.

글로벌 경제 판도가 갈수록 예측하기 힘든 국면이다. 달러 초강세 속에서 다른 선진국 신흥국의 국부가 줄어질 수도 있다. 세계 무역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큰 변화가 오고 있다. 아니 이미 진행 중인지도 모른다. 마틴 펠드스타인의 말처럼 미국은 아직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