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선순위지상권·예고등기 '애물단지'…빈틈 찾아 낙찰…'황금알 토지'로
4년 전 경기 평택시 용이동에 지목이 임야인 토지 3필지가 경매로 나왔다. 감정가격은 40억원, 최저 응찰가격은 13억원대 초반이었다. 당시 주로 아파트, 빌라 등 건물투자에 관심이 쏠렸던 터라 토지매물은 그냥 흘려보내는 게 다반사였지만 감정가 대비 32%대까지 떨어진 물건은 드문 터라 관심을 갖게 됐다. 평택은 미군부대 이전과 고덕국제도시 등 전 지역에 개발계획이 잡혀 있어서 더욱 그랬다. 용이동이라는 지명이 다소 생소해 항공사진을 띄워 보았다. 화면에 위치가 뜨자마자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반듯하게 구획 정리된 택지개발지구의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현재 지목은 임야지만 택지로 개발이 완료된 땅이었다. 주위에는 이미 아파트가 들어선 필지도 있었다.

이 물건의 법적인 문제는 선순위 지상권과 예고등기였다. 선순위 지상권이 설정돼 있는 경매매물만큼 가치가 없는 물건도 드물 것이다. 최장 30년 동안 지상권자의 의사에 반해 토지를 개발할 수 없고, 등기부에 지료약정이 기재돼 있지 않으면 지상권자에게 땅 사용료도 청구할 수 없는 그야말로 애물단지에 불과하다.

그러나 특수물건에는 허점이 있는 법. 등기부를 철저히 분석한 결과 위 지상권은 저당권과 연계돼 있어 소송을 통해 충분히 말소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음 문제는 예고등기였다. 예고등기 내용은 이 물건의 전 소유자가 현 소유자를 상대로 현 소유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무효이고, 위 소유권이 유효하다는 전제하에 설정된 금융회사의 근저당권 등도 무효이니 이 모든 등기가 말소돼야 한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이었다. 결국 낙찰받아 잔금을 납부하더라도 전 소유자가 말소 소송에서 승소하면 낙찰자가 소유권을 빼앗기게 되는 아주 위험한 물건이었다.

등기부에 기재된 소유권 말소소송의 사건번호를 따라가 사건내역을 검색해보니 아직 1심에서 소송이 계류 중이었다. 전 소유자인 원고, 현 소유자인 피고 모두 변호사를 선임해 1년여에 걸쳐 치열하게 다투고 있었다. 소송기록을 입수해 분석해 본 결과 이 사건의 승패는 이미 결정난 것으로 보였다. 피고 측 변호사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단기간 내에 원고 패소로 종결될 사건으로 판단했다.

법적인 문제는 충분히 해결 가능해 보여 좀 더 면밀한 가치조사에 들어갔다. 관할청에 확인해 보니 이 사건 토지는 용이동 택지개발지구에 포함되어 있는 땅이었다. 용도지역도 가치가 높은 준주거지역으로 확정돼 있었다. 인근에 대형 물류센터 건립 등 다양한 개발 호재도 있었다.

매각 차익이 무척이나 클 것으로 예상되는 비업무용 토지이다 보니 양도소득세 부담을 무시할 수 없어 결국 개인명의의 투자보다는 경매펀드를 조성해 응찰하기로 했다. 정식으로 금융감독원에 신고하고 진행하는 경매펀드는 취득세 30% 감면과 양도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 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감정가 42억원짜리 토지를 17억여원에 낙찰받았다.

곧바로 전 소유자의 승계인으로서 소유권말소소송절차에 피고 측 보조참가를 신청했고, 선순위 지상권은 낙찰과 더불어 말소될 담보지상권이라는 논지로 지상권말소소송도 함께 진행했다. 소송은 우리 쪽의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크기가 작으면서 입지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2개 필지를 17억원 정도에 매각했다. 이를 통해 원금을 거의 회수한 상태에서 개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남은 필지(1160㎡)는 3.3㎡당 1000만원 이상(총 35억원) 받을 수 있어 현재 느긋한 마음으로 매각 타이밍을 노리고 있다.

정충진 <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