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 식품의약품안전처장(맨 왼쪽)이 전남 화순군 녹십자 백신공장에서 제조과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식약처 제공
김승희 식품의약품안전처장(맨 왼쪽)이 전남 화순군 녹십자 백신공장에서 제조과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식약처 제공
전남 화순군에 있는 녹십자 백신공장에서는 하루 13만개의 유정란(병아리가 태어날 수 있는 계란)으로 독감 백신을 만든다. 지금까지 세 가지 독감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3가(價) 백신’을 생산하던 녹십자는 ‘4가 백신’ 개발을 끝마치고 생산을 앞두고 있다. 지난 11일 공장에서 만난 허은철 녹십자 사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판매허가를 받는 대로 생산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허가 결과에 따라 올겨울에는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녹십자, 백신 주도권 가속

차세대 '4가 백신 전쟁'…녹십자·SK 뛰어들어
차세대 독감 백신이라고 불리는 4가 독감 백신 경쟁에 불이 붙었다. 4가 독감 백신은 한 번 접종으로 A형 독감 바이러스 두 종류(H1N1, H3N2)와 B형 바이러스 두 종류(야마가타, 빅토리아)를 모두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다. 세계에서 4가 독감 백신을 선보인 곳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사노피, 메드이뮨 등 세 곳뿐이다. 국내에는 GSK 제품만 출시됐다. 식약처에 판매허가를 신청한 녹십자와 SK케미칼은 각각 4가 독감 백신을 국산화하고 세계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녹십자의 4가 독감 백신은 ‘국산 1호’가 유력하다. 녹십자는 지난 4월 제품 판매허가를 신청했다. 이르면 다음달께 허가가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녹십자는 유정란 배양 방식으로 4가 독감 백신을 개발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공급받은 바이러스를 유정란에 넣어 증식·배양한다. 녹십자는 바이러스 투입부터 최종 선별까지 거의 모든 과정을 자동화했다.

◆SK케미칼, 추격 본격화

SK케미칼은 세계 최초로 세포배양 방식 4가 독감 백신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세포배양 방식은 유정란이 아니라 배양 탱크에서 바이러스를 키워 백신을 생산하는 방법이다. 조류인플루엔자 등으로 유정란 수급 문제가 일어날 염려도 없다. SK케미칼은 5월 식약처에 이 백신 판매허가를 신청했다. SK케미칼까지 4가 백신 허가를 받으면 한국은 세계에서 유정란과 세포배양 방식의 4가 독감 백신을 동시에 생산하는 첫 국가가 된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허가받은 3가 독감 백신으로 올해 시장에 진입한 뒤 내년에 4가 독감 백신으로 시장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식약처 “허가 서두르겠다”

올해 국내 독감 백신 수요는 약 2084만도스로 지난해보다 1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번 맞는 데 백신 1도스가 쓰인다. WHO는 세계 독감 백신 시장이 2011년 29억달러(약 3조5000억원)에서 2018년 38억달러(약 4조5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WHO는 바이러스 방어력이 뛰어난 4가 독감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이날 녹십자 화순공장을 방문한 김승희 식약처장은 “한국의 백신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왔다”며 “국산 4가 독감 백신이 이른 시일 안에 출시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4가 독감 백신

한번의 접종으로 네 종류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차세대 백신으로 기존 3가 백신보다 균주를 하나 더 예방할 수 있어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의약품청(EMA) 등이 적극 권고하는 백신이다.

화순=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