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는 말이 있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여기서 ‘개떡’은 보릿겨 따위를 반죽해 아무렇게나 반대기를 지어 찐 떡을 말한다. 현재의 개떡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아이디어라는 이름의 엉뚱한 상상력이 아닐까. 그렇다면 ‘찰떡’은? 저 다듬어지지 않은 엉뚱한 상상력을 받아들여 국익을 위한 아이디어와 혁신으로 현실화하고 구체화시키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우리는 ‘엉뚱한 상상력’이라는 개떡을 받아들일 만큼의 자질과 능력이 성숙된 사회에 살고 있을까. 얼마 전 미국에 사는 16세의 한 고등학생이 물리면 자연적으로 이로운 백신이 몸속으로 투입되는 ‘백신 퍼뜨리는 모기’ 개발 연구를 위해 벤처기업을 설립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학생의 상상력에 물질적, 금전적 투자를 아끼지 않는 학교 측의 지원과 더불어 뉴욕시의 한 암센터까지 이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아이디어를 한국에서 한 고등학생이 제안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 상상력이 창조적 아이디어로 받아들여져 연구지원이 됐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기성세대가 아니며, 어리고, 학력 또한 높지 않고, 대단한 커리어가 없는 한 개인의 상상력이 과연 창조적 아이디어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엉뚱한 상상을 존중하는 그런 사회를 꿈꾼다.

김동현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