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키워야 단가 낮춘다"…LG, OLED TV 시장 확대 승부수 던졌다
LG디스플레이는 매달 3만4000장의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TV 업체에서 다 소화하지 못한다. 아직은 OLED시장이 그만큼 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디스플레이가 2조원 이상을 추가 투자해 대형 OLED 패널 생산량을 늘리기로 한 것은 “OLED TV의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OLED가 현재 TV시장의 대세인 LCD(액정표시장치)보다 성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가격만 낮출 수 있다면 시장은 빠르게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LG는 규모의 경제와 양산 기술 확보를 통해 생산 단가를 끌어내릴 계획이다.

◆LG, OLED TV 시장 확대 ‘승부수’

LCD는 유리기판 뒤에서 백라이트가 빛을 쏴서 화면을 만드는 구조다. 반면 OLED는 화소를 화면에 직접 바르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화소가 자체적으로 빛을 내 화면을 만든다. LCD보다 화질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두께도 얇다. LG전자 외에 중국 TCL 등 TV 업체들이 잇따라 OLED TV 제작에 나선 이유다.

문제는 가격이다. 유리기판에 화소를 바르는 것을 ‘증착 공정’이라고 하는데, 워낙 어려운 기술이다. 따라서 LCD 생산보다 수율(전체 생산량 중 출고 가능한 비율)이 훨씬 떨어진다. 당연히 가격도 비싸다.

LG가 OLED TV 제조를 시작한 지 3년차에 접어들고 있지만 좀처럼 시장이 커지지 않는 이유다. 현재 세계 OLED TV 시장 규모는 약 50만대로 전체 TV 시장 2억대의 0.25%에 불과하다.

게다가 경쟁사들은 OLED 대신 LCD 투자를 늘리고 있다. 중국 BOE는 초대형(10세대) LCD 투자를 최근 결정했고, 삼성디스플레이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LCD 생산량이 늘어나면 시장 가격은 더 떨어진다. LG로서는 악재다.

그러나 LG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생산량을 늘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대량 생산 노하우도 더 쌓겠다는 의지다. 이를 통해 가격을 끌어내려 시장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OLED는 백라이트가 필요 없기 때문에 LCD보다 재료비가 싸다. 생산수율만 높인다면 LCD보다 싸게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LG 관계자는 “가격만 맞다면 OLED 패널을 사겠다는 TV업체는 줄지어 있다”며 “LCD 시대는 이미 저물어가고 있다고 판단해 OLED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관세 낮춰주며 ‘전폭 지원’

정부의 과감한 결단도 LG디스플레이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월7일 수출종합대책을 발표하며 OLED 장비 수입 관세를 현재 5~8%에서 0%로 낮췄다. 올 하반기부터 수입하는 OLED 장비에 대해선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대형 OLED 증설 투자비의 80~90% 정도는 장비값이다. 또 주요 장비는 아직도 일본 TEL 등 외국 회사들만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장비 수입 관세를 없애주면 OLED 투자는 상당히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산업부는 지난해 53억달러인 OLED 패널 수출액이 2018년 153억달러까지 늘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은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중소형 OLED 패널이 대부분이나 앞으로는 대형 패널의 비중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 서치는 세계 대형 OLED 시장 규모가 올해 11억달러에서 2020년 76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남윤선/김재후/정지은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