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리기 위해 기업인 사법 족쇄 풀어야"
박근혜 대통령이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의결한 광복 70주년 8·15 특별사면(특사)안에 대해 12일 공식 보고를 받았다. 박 대통령은 사면심사위원회의 안을 바탕으로 특사 명단을 최종 확정, 13일 오전 10시 청와대에서 열리는 임시 국무회의에서 의결한다.

▶본지 8월 8일자 A2면, 8월11일자 A1면 참조

재계는 대기업 총수 등 기업인의 사면 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올린 안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복권 없이 사면하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사면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는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기업인들이 경제활성화에 앞장설 수 있도록 ‘통 큰 사면’을 단행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복권이 포함된 사면이라야 경영 전면에서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책임경영하도록 기회 줘야”

SK그룹의 최 회장·최재원 수석부회장 형제에 대해서는 재계뿐 아니라 법조계에서도 동정 여론이 일고 있다. 검찰이 ‘가족을 동시에 처벌하지 않는다’는 관행을 깨고 형제를 동시에 기소해 처벌했기 때문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횡령 등으로 기소된 최 회장·최 수석부회장 형제는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3년6월을 확정받고 수감 중이다. 지금까지 최 회장은 2년7개월째, 최 수석부회장은 2년4개월째 복역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회장과 부회장 둘 중 한 명에게 책임을 물었으면 됐을 걸 형제를 합해 7년6개월을 선고한 것은 지나쳤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최 회장에 대해 ‘복권 없는 사면’ 안을 올린 것과 관련, 재계는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특사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의 복권이 이뤄지지 않으면 특경법상 취업제한 규정 등에 따라 일부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며 “최 회장이 SK그룹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려면 사면 복권을 통해 주요 계열사 등기임원으로 복귀하고 책임경영에 나서는 게 최선”이라고 지적했다.

◆“복권 없으면 해외 출장도 어려워”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김승연 한화 회장을 특사에서 제외하기로 한 데에는 1995년과 2008년 두 차례 사면을 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2014년 2월 특경법상 배임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그러나 김 회장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성공한 구조조정’에 대한 처벌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에 따라 “두 번 사면을 받았다고 특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기계적인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은 부실 계열사를 부당지원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았지만, 배임으로 인정된 금액은 1심 3024억원→2심 1797억원→파기환송심 1585억원으로 계속 낮아졌다.

한화그룹은 집행유예 상태인 김 회장이 사면 대상에 반드시 포함돼야만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집행유예 확정 판결로 6개 계열사 대표이사에서 모두 사임했다. 취업제한 규정 때문이다.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지만 공식적인 대표권이 없기 때문에 책임경영이 힘든 상태며, 입·출국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한화 측 설명이다.

한화는 이라크 정부가 2014년 7월 발주한 7조원 규모의 주거복합단지 개발사업 수주를 위해 뛰고 있지만, 김 회장의 출국이 자유롭지 않아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이 사업을 수주하면 한화는 협력업체들과 함께 1000여명을 추가로 고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면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김 회장은 5년간의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고 2년 뒤인 2021년 2월까지 계열사의 등기임원이 될 수 없다.

LIG그룹도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혐의가 인정돼 징역형을 살고 있는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과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이 사면대상에 포함되면 투자 확대 등 중요 경영 안건에 대한 결정이 지금보다 빨리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