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광복절 기념식에서 듣고 싶은 이야기
올해는 일제 식민지배에서 해방된 지 70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67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1955년 65달러에서 2014년 2만8000달러로 400배 이상 증가했고,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됐다. 그동안 우리는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기적적인 경제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이 10년 가까이 2만달러 대에 머물러 있고, 성장 동력을 잃어가며 장기침체에 빠져 있다. 대한민국이 다시 성장 동력을 찾고 승승장구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과 확고한 실천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이번 광복절 기념식에서 다음과 같은 대통령의 연설을 상상해본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해방 후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습니다. 6·25전쟁도 겪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가난과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지금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정말 자랑스럽고 경이로운 대한민국을 만든 것입니다. 정부는 어려운 정치적 역경을 뚫고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했고, 그 체제 내에서 기업가는 위험을 무릅쓴 과감한 투자를 했으며, 국민들 모두가 정말 열심히 일한 덕분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런 대한민국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서서히 경제가 쇠퇴하더니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투자가 줄었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아 취업하지 못한 수많은 청년들이 실의에 빠져 있습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하며 우리 후손들이 많은 고통을 겪을 것입니다.

인류 역사를 조망해 보면 시장경제체제로 간 나라들은 다 잘살고 번영을 이뤘고, 그 반대 방향으로 간 나라들은 망하거나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것은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과거 세계 5대 부국 중의 하나던 아르헨티나가 오늘날 위기의 국가로 전락하고, 인류 문명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찬란한 문화유산을 갖고 있는 그리스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도 시장경제체제로부터 멀어져 간 결과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가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했을 땐 경제가 발전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쇠퇴했습니다. 지금 우리 경제가 쇠퇴해 가면서 장기침체에 빠져 있는 것은 정부의 경제에 대한 개입이 심화되면서 점점 시장경제체제로부터 멀어져 간 데 그 원인이 있습니다. 지난 20여년 동안 정부는 기업 활동을 장려하기보다는 위축시키는 조치를 많이 취해 왔던 것입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떨어뜨리는 수많은 정책을 도입했고, 교육 의료 복지 등 사회의 많은 부문에 사회주의 평등사상을 주입해 제도화했습니다.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란 이름으로 기업 활동을 제한하는 규제를 양산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결국 기업 환경을 악화시켰고, 국민들 간의 화합과 상생보다는 분열과 갈등을 조장했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성장 동력이 쇠퇴하고 경제성장이 둔화된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우리는 역사와 경험으로부터 배워야 합니다.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너무 늦기 전에 우리의 정책 방향을 되돌려야 합니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과거 정부가 도입했던 정부의 시장 개입 요소들을 모두 걷어낼 것입니다. 특히 기업 활동에 가하고 있는 수많은 규제와 과도한 노동자 보호 등으로 기업 활동을 제한하는 규제를 철폐 또는 완화할 것입니다. 근로소득세 및 법인세를 인하해 경제를 활성화시킬 것입니다. 과감한 규제 개혁을 통해 관치경제를 청산할 것입니다. 정부와 정치의 권력을 확실하게 줄인 작은 정부를 통해 국민들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여러분이 이 일에 적극 동참해준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국민의 우수한 창의성과 자발적인 협동을 바탕으로 제2의 경제기적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jwan@kh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