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광복 70년, 우주독립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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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미래 먹거리를 캐낼 보고
무수한 실패와 고난이 닥쳐도
한국형 발사체 개발해 낼 것"
조광래 <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
무수한 실패와 고난이 닥쳐도
한국형 발사체 개발해 낼 것"
조광래 <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
![[기고] 광복 70년, 우주독립을 꿈꾼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508/AA.10373901.1.jpg)
2013년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우주로 날아올랐다. 나로호 1단 엔진은 러시아 것이었다. 그러나 포니에서 시작해 자동차 강국이 됐듯이 나로호는 우주강국으로 향한 시작일 뿐이다. 지금 우리는 나로호의 경험과 기술을 토대로 한국형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다. 이번에는 독자개발이다. 최근 1단계 사업을 마치고 2단계 사업에 들어갔다.
올해 한국은 광복 70주년을 맞았다. 광복 이후 한국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서 발전과 진보의 획을 그어나갔다. 특히 과학기술은 국가 발전의 초석이자 더 높이 비상하는 날개 역할을 수행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미래창조과학부가 선정한 ‘광복 70년 과학기술 대표성과 70선’을 보면 식민지배와 전쟁의 아픔을 딛고 많은 것을 이룬 과학기술인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거기에 다목적 실용위성인 아리랑위성과 나로호도 있어 더욱 감회가 깊다. 목숨을 건 독립운동에 비할까마는 기술도 인력도 자본도 부족한 상황에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엔지니어들의 심정은 그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아리랑위성을 개발할 때, 아무도 우리가 해낼 거라고 믿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만들어야만 한다’는 사명감으로 실험실에 커다란 태극기를 걸어 놓고 사투를 벌였다. 나로호 개발 때는 대전의 연구원과 고흥 외나로도의 나로우주센터에서 몇 날 며칠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오차를 줄이기 위해 시험에 시험을 거듭했다. 누군가는 신혼여행을 포기하고, 누군가는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아내를 뒤로하고 우주센터로 돌아와야 했다. 지난 70년, 대한민국의 발전 뒤에는 그런 땀과 눈물이 숨어 있다.
우리도 영토를 빼앗겨 식민시절을 겪었듯이 과거에는 육지와 바다를 지배하는 나라가 강대국이었다. 20세기 들어 하늘을 지배하는 나라가 그 자리를 이어받았고, 미래는 우주가 될 것이다. 미래 우주시대에는 우주기술을 보유한 국가만이 자유롭게 우주 영역을 개척하고 탐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우주 선진국들이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 몰두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미국은 유인 화성탐사를 위해 새로운 발사시스템(SLS)을 개발 중이며, 유럽은 차세대 발사체 아리안-6를, 러시아는 앙가라를 개발 중이다. 인도는 자국에서 개발한 발사체 중 가장 센 GSLV-Mk3로 유인 우주탐사에 나설 계획이다. 중국도 자국 주도의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해 대형 구조물 발사 능력을 갖춘 차세대 창정(長征)5호를 시험 중이다.
한국도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다. 100㎏급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나로호 능력의 15배에 해당하는 1.5t급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것이 목표다. 나로호 개발에서 겪었듯이 앞으로도 우주로 가는 길에는 수많은 실패와 고난이 뒤따를 것이다.
그러나 70년 전, 꿈과 희망을 잃지 않았기에 광복의 기쁨을 맞았듯이 우리는 우주독립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우주는 미래 먹거리를 캐낼 보고이며, 우주기술은 창조국가로 가기 위한 핵심기술이기 때문이다.
조광래 <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