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의 어두운 그림자…대졸자 절반, 부모에 얹혀 사는 '캥거루족'
대학 졸업자의 절반이 대학 졸업 후에도 부모와 같이 살거나 부모로부터 용돈을 받는 이른바 ‘캥거루족’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13일 발표한 ‘캥거루족의 실태와 과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0~2011년 대학을 졸업한 대졸자 1만7376명을 추적조사한 결과 대졸자의 51.1%가 캥거루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10.5%는 부모와 동거하면서 용돈을 받고 있고 35.2%는 부모와 동거하지만 용돈을 받지는 않는다. 부모와 따로 살지만 용돈을 받는 대졸자는 5.4%였다. 특히 대졸 기혼자로 캥거루족에 속하는 비율도 높은 편이었다. 결혼을 했지만 독립하지 않고 부모와 같이 살거나 용돈을 받는 캥거루족이 14.0%에 달했다.

캥거루족의 비율은 전공 학과, 임금 수준과 깊은 연관성을 보였다. 취업률이 높고 취업자의 임금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은 의약 및 공학계열 대졸자의 캥거루족 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캥거루족의 47.6%는 정규직 취업자, 34.6%는 비취업자, 14.7%는 임시직 취업자, 3.1%는 자영업자였다. 직업능력개발원 관계자는 “직업이 있는데도 캥거루족으로 사는 이유는 일자리의 질이 낮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캥거루족의 19.5%만이 자신이 바라는 직장에 정규직으로 취업했다. 같은 조건에서 비(非)캥거루족 비율은 42.3%였다. 취업의 질과 캥거루족의 연관성이 높다는 게 직능원 측 설명이다.

또 대학에 다닐 때 뚜렷한 취업목표를 가졌던 사람은 캥커루족이 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졸업 전까지 취업목표를 세운 적이 없는 대졸자는 54.5%가 캥거루족에 속했다. 반면 취업목표를 세웠던 대졸자는 캥거루족 비율이 48.2%로 약간 낮았다.

오호영 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캥거루족 현상의 근본 원인은 취업난 악화로 양질의 취업 기회가 많지 않은 데 있다”며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 노력과 함께 대학 내 취업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