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친목회의 진화…"자녀 결혼 주민 힘으로"
“미혼 자녀분을 둔 어머니들의 친목모임을 갖고자 합니다.”

이달 초 서울 신천동의 대규모 아파트단지 파크리오 곳곳에는 이 같은 전단이 나붙었다. ‘파크맘 매칭회’라는 아파트 주민 친목모임의 광고(사진)다. 파크맘 매칭회는 파크리오 단지에 거주하는 주민 자녀 간의 만남을 주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서초구청 등 지방자치단체나 대기업이 단체 미팅 주선에 나선 사례는 있었지만 아파트단지에서 결혼 주선 목적의 모임이 만들어진 것은 처음이다.

모임 설립을 주도한 김지은 파크맘 매칭회장(68)은 “미혼 자녀의 결혼 문제로 고민하는 이웃이 주변에 많아 봉사활동 차원에서 지난해 12월 모임을 만들었다”며 “150명가량의 어머님이 회원으로 가입해 자녀들의 프로필을 매칭회에 제공했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자녀들의 학력과 나이, 직장경력, 종교 등의 정보가 담긴 프로필을 제공한다. 그러면 김 회장이 이를 취합해 비슷한 조건의 남녀를 ‘매칭 대상’으로 올린다. 만남 의사를 타진해 양쪽이 동의하면 연락처를 서로에게 보내 만날 수 있도록 한다. 그는 “아직 성혼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만남을 지속하고 있는 커플은 많다”고 귀띔했다.

애초에 봉사 목적으로 결성된 모임인 만큼 별도의 가입비는 없다. 하지만 상담 과정의 전화비와 프로필 작성을 위한 사무비품 구입비용 등이 들어 소액의 회비 신설을 논의하고 있다.

회원들은 기존 결혼정보회사에 대한 불신을 매칭회 가입 이유로 들었다. 수백만원대의 소개 수수료를 받으면서도 원하는 상대를 소개해 주지 않거나, 결혼 목적 없이 수고료를 받은 상대방을 만남 자리에 내보낸 사례가 있어서다. 중산층 이상으로 비슷한 생활 수준을 가진 주민들이 모여 사는 대단지 아파트라는 점도 모임 결성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2008년 준공된 파크리오는 66개동 6849가구 규모로 단일 아파트 단지로는 국내 최대다. 전용면적 84㎡의 매매가가 8억5000만~9억원에 이르러 서울에서도 비싼 아파트 단지 중 하나다. 김 회장은 “단지가 워낙 크다 보니 매칭에 실패한 남녀가 서로 마주칠 기회가 적어 사생활 보호가 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파크맘 매칭회는 앞으로 잠실 일대의 다른 아파트 주민까지 회원 가입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단지 내 회원만으로 원하는 만남 상대를 주선하기 쉽지 않아서다. 김 회장은 “인근 진주아파트 주민이 최근 회원으로 가입했다”며 “엘스와 리센츠 등 잠실의 다른 주요 아파트 주민들까지 회원으로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