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프랑켄슈타인' 괴물과 19세기 서양 여성의 공통점은?
1957년 금발의 멍청한 섹스심벌 이미지가 탐탁지 않았던 마릴린 먼로는 사진작가에게 자신이 《율리시즈》를 읽는 장면을 찍게 했다. ‘책 읽는 섹스심벌’의 이 사진은 책을 읽는 행위가 ‘섹시한 행위’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여자와 책》은 여성이 독서를 통해 ‘주체적 여성’으로 변화한 과정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18세기부터 여자들은 책을 읽으면서 익숙한 자아와 결별하고, 자아실현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세계에서 자신의 역할을 새로이 구축해 왔다.

18세기 여성들의 독서는 연애소설에 한정됐고, 여성의 독서는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9세기 들어 제인 오스틴 등 여성 문학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작품에는 그 사회의 여성상이 드러난다. 1816년 메리 셸리가 쓴 《프랑켄슈타인》 에 등장하는 괴물은 성적 정체성이 모호하다. 괴물이 다른 사람의 말을 엿듣고 언어를 배우거나, 남성들이 하는 말을 듣거나 모방하면서 지식과 교양을 얻는 것은 당시 여성들의 모습과 중첩된다.

수전 손태그는 문학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이방인’으로서의 여성의 지위를 혁신적으로 격상시키고자 했다.

여성의 독서는 한 단계 더 진화한다. ‘팬픽션’이라는 장르를 통해서다. 소설 《트와일라잇》에서 깊은 감명을 받은 E L 제임스는 주인공을 대상으로 뒷이야기를 이어가는 팬픽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썼고, 이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다. 저자는 “이 소설에 나타나는 가학피학성애(sadomasochism)의 모습은 여성 운동이 개방성이라는 면에서 과연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시금석”이라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