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연극인이나 연극팬이 아닌 사람에게 체호프는 극작가보다 단편소설 작가로 친숙하다. 그는 프랑스의 기 드 모파상, 미국의 O 헨리와 함께 세계 3대 단편소설 작가로 불린다. 평생 500여편의 소설을 썼고 이 중 400여편이 단편이다. 희곡은 18편을 남겼다.
삶의 애환과 인생의 허무함을 사실주의적인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 체호프의 단편 명작들이 무대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오는 19~30일 서울 대학로 게릴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체호프의 단편은 이렇게 각색된다’에서다. 극단 연희단거리패가 올해 ‘바냐 삼촌’ ‘갈매기’에 이어 세 번째로 선보이는 체호프 무대다.
‘재채기’ ‘드라마’ ‘베로치카’ ‘혀를 잘못 놀린 사나이’ ‘철없는 아내’ ‘사람 데리고 장난치지 마세요’ ‘적’ 등 7편의 단편을 10~25분 길이 단막극으로 만들어 연이어 상연한다.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7편 모두 연극 대본으로 각색했다. 연출은 이 감독과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 오세혁 극단 걸판 대표, 정성훈 극단 공연제작센터 단원 등 네 명이 나눠 맡았다.
이 감독은 ‘철없는 아내’ ‘사람 데리고 장난치지 마세요’(원제 우유부단)에서 치졸하게라도 어떻게든 살아가며 삶을 긍정하는 인물들을 그린다. 오 대표는 ‘재채기’와 ‘드라마’에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보통사람들의 희비극적인 상황을 특유의 재기발랄함으로 펼쳐낼 예정이다. 김 대표는 ‘적’에서 극단으로 치닫는 인간의 이기심과 소통 불가의 모습을 탐구하고, 정씨는 ‘베로치카’와 ‘혀를 잘못 놀린 사나이’를 통해 돌이킬 수 없는 사랑의 희비극을 파고든다.
공연을 기획한 이 감독은 “체호프의 단편들이 다양한 스타일의 역동적이고 개성적인 단막극으로 재탄생한다”며 “우스꽝스럽고 솔직한 체호프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민수 정연진 황현아 송의동 한덕호 이슬비 김아라나 등 출연. 1만5000~3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