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박 씨의 ‘이사하는 정원-DMZ’. 연합뉴스
김이박 씨의 ‘이사하는 정원-DMZ’. 연합뉴스
분단의 아픔이 생생하게 녹아 있는 비무장지대(DMZ). 무장한 남북의 군인들이 서로 총구를 겨누고 있고, 참혹한 전쟁의 흔적들이 지뢰처럼 박혀 있다. 최근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가 폭발하면서 우리 군인 두 명이 크게 다쳤다. 비무장지대의 이 같은 역설적 상황 속에서 ‘참된 비무장’의 의미를 고찰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다음달 22일까지 강원 철원 일대에서 펼쳐지는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동송세월’이다.

민족 통일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설치작가 김이박 양윤임 김동세 정소영 최진욱 양연화 김태동 이재호 등 젊은 작가 49명의 사진·영상·설치작품 5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작가들은 DMZ에서 복무하는 군인들이 외출할 때 자주 찾는 철원 동송읍 금학로 일원의 여인숙, 성당, 면회 안내 장소, 교회, 휴대폰 대리점, 커피숍, 전통시장 등에 다채로운 작품을 내놓았다. 미술가 김이박 씨는 군화에서 떨어진 흙을 모아 만든 작품 ‘이사하는 정원-DMZ’를 커피숍 앞에 설치했다. 최전방 군인들이 드나드는 PC방과 모텔 입구의 흙털이 발판에 떨어진 흙 10㎏을 모아 DMZ에서 자생하는 천일홍 구문초 설악초를 옮겨 심어 냉전 이데올로기를 은유적으로 묘사했다.

설치작가 양윤임 씨는 아이스크림으로 작은 산을 만들고 그 위에는 군인 인형을 세워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리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6·25전쟁 당시 포격으로 산봉우리가 녹아내린 긴박했던 상황을 살짝 건드린다.

화장실에 설치된 김준아 씨의 작품 ‘끊어진 철길’도 관람객을 반긴다. 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하자는 안내 문구 아래에 ‘어둠에 떨지 말고 자수하여 광명 찾자’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익숙한 문구를 써넣어 분단의 역사를 문자미학으로 보여준다. 육군 상병이 외부 세계에 연결하고자 버튼을 누르고 있는 설치작품(이재호) 등도 분단의 역사를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