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강(곽재구 1954~)
건너고 싶은 강
하나 있었네

오랜 싸움과 정처없는
사랑의 탄식들을 데불고
인도 물소처럼 첨벙첨벙
그 강 건너고 싶었네

들찔레꽃 향기를 좇아서
작은 나룻배처럼 흐르고 싶었네

흐르다가 세상 밖 어느 숲 모퉁이에
서러운 등불 하나 걸어두고 싶었네.

시집 《참 맑은 물살》(창비) 中


강변에 홀로 서서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보고 있노라면 그것이 시간처럼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인생에서 힘겨운 순간들은 언제나 있지만 조용히 강물에 흘려 떠나보냅니다. 마음속 작은 나룻배가 흔들리지 않도록….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