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싱크탱크가 보는 '위안화 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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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은 지금
지난주 세계가 중국 인민은행의 전격적인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로 시끄러웠다. 워싱턴DC도 마찬가지였다. 위안화 관련 뉴스 때문에 미국 대통령 선거 출마자의 기사는 주요 기사에서 옆으로 밀려났다.
미국의 현지 언론은 ‘중국발(發) 무역전쟁 선포’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의 수출’이라며 연일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 재무부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미국 내 중국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대중(對中)관계에 밝은 미국 정부 쪽 인사와 워싱턴DC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을 만나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양쪽 설명이 달랐다. 정부 인사는 “이상할 게 없다. 그동안 중국의 경제상황에 비해 고평가됐던 위안화가 시장 환율을 반영해 조정된 것이다. 오히려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미 재무부, 국제통화기금(IMF)의 해석과 같았다. 그는 오는 9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중국 환율조정에 미리 양해했고, 중국이 감사 표시로 미국에 선물 보따리를 준비 중이라는 얘기까지 전했다.
그러나 싱크탱크 쪽 시각은 달랐다. “중국의 기습작전에 미국이 보기 좋게 한 방 먹었다”고 했다. 백악관과 의회, 각 행정부 수장들이 여름휴가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중국 정부가 ‘환율조정’이라는 카드를 꺼냈고, 미국이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허둥댔다는 것이다.
헤리티지재단 관계자는 “휴가철이 아니었으면 재무부에서도 논평이 그런 식으로 나오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루킹스연구소 관계자는 다음달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측되는 시점에 중국이 환율조정 카드를 들고나온 저의를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가 어려워 환율까지 손대는데 미국이 금리를 올려 상황을 더 어렵게 하면 중국이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른다’는 강한 경고라는 해석이다.
미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알고 용인했는지, 아니면 모르고 있다 당했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한국을 포함해 세계 경제의 큰 흐름을 좌우하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나 중국의 환율조정 문제를 놓고 두 나라가 물밑에서 밀고 당기는 협상과 싸움을 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이 판에 직접 끼어들 순 없겠지만 최소한 양국 힘겨루기의 파장엔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게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미국의 현지 언론은 ‘중국발(發) 무역전쟁 선포’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의 수출’이라며 연일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 재무부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미국 내 중국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대중(對中)관계에 밝은 미국 정부 쪽 인사와 워싱턴DC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을 만나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양쪽 설명이 달랐다. 정부 인사는 “이상할 게 없다. 그동안 중국의 경제상황에 비해 고평가됐던 위안화가 시장 환율을 반영해 조정된 것이다. 오히려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미 재무부, 국제통화기금(IMF)의 해석과 같았다. 그는 오는 9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중국 환율조정에 미리 양해했고, 중국이 감사 표시로 미국에 선물 보따리를 준비 중이라는 얘기까지 전했다.
그러나 싱크탱크 쪽 시각은 달랐다. “중국의 기습작전에 미국이 보기 좋게 한 방 먹었다”고 했다. 백악관과 의회, 각 행정부 수장들이 여름휴가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중국 정부가 ‘환율조정’이라는 카드를 꺼냈고, 미국이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허둥댔다는 것이다.
헤리티지재단 관계자는 “휴가철이 아니었으면 재무부에서도 논평이 그런 식으로 나오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루킹스연구소 관계자는 다음달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측되는 시점에 중국이 환율조정 카드를 들고나온 저의를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가 어려워 환율까지 손대는데 미국이 금리를 올려 상황을 더 어렵게 하면 중국이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른다’는 강한 경고라는 해석이다.
미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알고 용인했는지, 아니면 모르고 있다 당했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한국을 포함해 세계 경제의 큰 흐름을 좌우하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나 중국의 환율조정 문제를 놓고 두 나라가 물밑에서 밀고 당기는 협상과 싸움을 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이 판에 직접 끼어들 순 없겠지만 최소한 양국 힘겨루기의 파장엔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게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