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년실업 해소, 해외취업에 길 있다
몇 년 전 정부가 시행하는 해외취업연수프로그램에 참여해 싱가포르 현지 연수기관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이 연수기관에는 40여명이 8개월 과정으로 생활영어, 면접기법 등을 배우고 있었는데 연수과정이 끝나기 전에 취업에 성공한 연수생 7명을 만나보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국에서는 ‘스펙’이 떨어지는 취업 취약계층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세계적 기업인 미국의 애플사를 비롯 영국계 취업 알선업체인 JAC리크루트, 세계적 컨벤션 이벤트 업체인 영국계 마커스 에번스, 싱가포르의 케임브리지 인스티튜트 등에 보란 듯이 취업했다.

이들은 한국에 있을 때는 쳐다보지도 못하던 유명 다국적기업에 입사할 수 있었던 비결로 ‘일단 부딪쳐보자’는 도전정신을 꼽았다. 열심히 공부했어도 언어문제는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지만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도전했던 것이다. 이들은 주로 단순 사무직이나 영업보조 요원으로 핵심인력은 아니었지만 세계적인 기업의 직원으로 선택된 데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특별한 전문지식이 없는 이들은 언어소통이 제대로 안 되는 점을 가장 큰 약점으로 꼽고 있었다. 소통이 안 되면 동료 직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자신감이 없어져 업무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러다 보니 해외기업 취업이 어학을 배우고 스펙을 쌓은 뒤 국내 대기업으로 ‘점프’하기 위한 징검다리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했다.

도전정신만으로는 해외취업에 성공해 정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언어 장벽과 서로 다른 문화, 외로움 등 외국기업에 적응하는 데 극복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나마 외국기업들이 원하는 전문성을 갖춘다면 조직에서 인정을 받고 자신감도 생겨 웬만한 어려움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정부가 최근 청년 해외취업 사업을 양질의 맞춤형 일자리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방침을 정한 것은 잘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과 일본에는 정보기술(IT), 중동에는 건설플랜트 관리자 등 현지에 적합한 인력을 양성하고 의료, 엔지니어 등 고급 직종의 취업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래야 해외기업에 취업해도 경쟁력을 갖춰 필요한 존재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15개 중점 국가를 우선 선정해 취업유망 직종과 부족한 인력 수요, 취업 필요요건 등을 조사해 공개하기로 한 것도 해외취업 준비생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이 있는 전문인력들은 해외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는다. 호주에서 용접기사로 일하는 주혁 씨(33)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호주 취업을 위해 28세에 한국폴리텍대 건축설비자동화과에 다시 입학해 기술을 배웠다. 폴리텍대에 다니면서 호주에서의 적응을 위해 매일 저녁 영어학원에 다녔고 특수용접기술 자격증을 땄다. 그는 폴리텍대 졸업 다음해인 2011년 호주 아틀라스중공업에 입사해 연봉 8000만원을 받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청년들의 체감실업률이 20%가 넘는 상황에서 정부의 해외취업 확대정책은 당연한 선택이다. 해외 일자리는 특별한 선택이 아니고 누구나 갈 수 있는 보편적 일자리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정책방향보다 개인의 마음가짐이다. 해외기업에서 적응하기 위해선 외국기업 문화에 대한 이해,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전정신, 삶에 대한 자신감, 업무 전문성, 소통을 위한 언어습득 등이 필요하다. 기술로 무장한 청년들이 해외 취업의 나래를 활짝 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윤기설 < 한국폴리텍대 아산캠퍼스 학장 upyks@kopo.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