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17일 오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고인의 차남인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대표(맨 오른쪽)의 배웅을 받으며 떠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17일 오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고인의 차남인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대표(맨 오른쪽)의 배웅을 받으며 떠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 김민성 기자 ] 삼성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7)이 큰아버지인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사진·향년 84)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17일 저녁 9시쯤 이 명예회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1호 장례식장을 찾았다.

이 부회장은 검은 양복 및 넥타이 문상복 차림에 숙연한 표정이었다. 약 15분간 유가족 및 CJ 측 상주 등에게 머리 숙여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없이 조용히 빈소를 떠났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가족 간 신뢰와 예의를 중시하는 이 부회장이 부재 중인 아버지를 대신해 삼성 대표로 큰아버지 빈소를 조문한 것으로 안다"고 귀뜸했다. 중국에서 이날 오후 4시경 국내로 시신이 운구되자마자 이 부회장 등 삼성가는 최대한 빨리 빈소를 찾아 슬픔을 나누기 위해 CJ측과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초 이 명예회장에 대한 공식 조문은 하루 뒤인 18일 아침 9시부터 받을 예정이었지만 직계가족 및 친지 등 범(凡) 삼성가 조문은 서울대 병원 빈소가 차려진 직후 곧바로 시작됐다. 장례는 이채욱 CJ주식회사 대표 주재로 CJ그룹장으로 치러진다. 7일장으로 발인은 20일 오전 7시, 영결식은 같은날 오전 8시 서울 중구 필동 내 CJ인재원에서 추도된다.

이재용 등 삼성家, '큰 어른' 이맹희 회장 숙연히 조문
이 명예회장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장남으로 삼성가의 가장 큰 어른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73)의 형으로, 이 부회장에게는 큰아버지다. 지난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아버지 이 회장을 대신해 이 부회장이 큰아버지이자 삼성가의 가장 높은 어른을 추모하는 장례식장을 찾은 셈이다.

이병철 선대회장을 잇는 후계자로 차남 이건희 회장은 삼성그룹 계열을 이어받았고, 장남 이맹희 명예회장은 당시 제일제당을 분리해 계승했다. 제일제당은 현재 CJ그룹으로 발전했으며, 이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이병철 선대회장의 장손인 이재현 회장이 현재 CJ그룹을 이끌고 있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앞선 오후 8시 10분쯤 어머니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여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함께 빈소를 찾았다. 이보다 앞선 저녁 7시 40분경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72)과 아들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장례식장을 찾았다. 이명희 회장은 이맹희 명예회장 및 이건희 회장의 여동생이다.

이날 삼성가를 비롯한 신세계 등 범(凡) 삼성 인사가들이 이 명예회장의 빈소를 잇달아 찾으면서 상속분쟁이 남긴 가족 간 상처가 아무는 수순으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온다.

2013년 이맹희 명예회장과 이건희 회장은 삼성그룹 상속 건을 놓고 소송까지 벌이며 격하게 대립한 바 있다. 2심까지 법정공방 끝에 이맹희 명예회장 측 패소로 끝났다. 이 명예회장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상속 소송은 끝났다. 이후 폐암이 악화한 이 명예회장 뿐만 아니라 이건희 회장까지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끝내 형제 간 화해는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