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부와 서울시의 '불통'
지난 18일 오후 1시30분 서울시 신청사 2층 대변인실. TV와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지켜보던 시 직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항공이 경복궁 옆 송현동 부지에 복합문화센터를 짓는다는 브리핑 내용이 속보로 전해진 것이다.

문체부는 이날 대한항공이 그동안 추진해 왔던 7성급 한옥호텔 대신 전통문화를 종합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K-익스피리언스’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시 관계자들은 문체부 브리핑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시 고위 관계자는 “문체부가 서울시를 배제한 채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불쾌해했다. 대변인실뿐만 아니라 주무부처인 시 문화정책과와 도시계획과도 언론을 통해 “브리핑 내용이 보도된 뒤에야 관련 사실을 접했다”고 했다.

송현동 부지는 시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묶여 있는 곳이다. 북촌 특별계획구역으로도 지정돼 있다. 복합문화센터를 짓기 위해 구역 지정을 변경하려면 종로구 승인과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에 대한 인허가권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더욱이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를 중심으로 북촌과 경복궁 일대를 아우르는 역사문화단지를 조성할 계획을 수립 중이다.

문체부가 서울시를 배제한 이유는 뭘까. 문체부 문화여가정책과 관계자는 오히려 “왜 서울시와 사전에 협의를 해야 하느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는 정부가 추진하는 계획에 대해 기본적인 행정 절차만 처리하면 된다”며 “서울시와 협의할 문제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송현동 부지는 국유지가 아니라 대한항공이 2008년에 사들인 사유지다. 현행 법령상 이곳에 건물을 짓기 위해선 서울시의 인허가가 필수다.

송현동 부지에 복합문화센터를 짓겠다는 문체부 계획은 서울시 구상과도 큰 차이가 없다. 지금이라도 문체부는 복합문화센터가 제대로 조성될 수 있도록 서울시와 긴밀한 협의를 할 필요가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