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포인트] 국민 약값 부담 외면하는 국회
누구나 갑자기 아플 수 있고, 아프면 증상에 맞는 약을 처방받아 복용한다. 대부분 나라에서는 오리지널 약품을 사용하기보다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거쳐 안전성을 확인한 제네릭 약품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제네릭 약은 오리지널 약과 성분, 용량, 효능이 같다고 입증된 약인데 오리지널 약보다 저렴하다. 20년의 특허 보호 기간이 끝남과 동시에 오리지널 약의 독점판매권이 없어지고 수많은 제약회사가 같은 약을 만들기 때문에 가격이 낮아지는 것이다.

의약품은 다른 소비재와 달리 사람의 건강과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공익적 재화다. 획기적인 오리지널 약이 개발됐다고 해서 국민의 건강이 반드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공적 제도를 통해 사익에 따라 약이 분배되는 것을 막고 필요한 약이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감시하고 견제해야 국민의 건강이 보장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후속 조치로 올 3월부터 약사법이 개정돼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이하 ‘허특법’)가 시행됐다. 의약품을 시판하기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품목허가를 받아야 한다. 식약처는 기존에는 제네릭 약의 안전성, 유효성이 인정되면 품목허가를 내주고 이후 소송에서 패소하면 철회했다. 그러나 허특법 시행 이후 제네릭 약이 품목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특허권자에게 통지해야 하고, 특허권자가 특허 침해를 이유로 판매금지 신청을 하면 최대 9개월간 제네릭 약의 판매가 금지된다. 특허권자인 다국적 제약회사는 허특법을 통해 높은 약값을 유지하며 제네릭 약을 견제할 수 있다. 이는 결국 건강보험 재정 손실과 국민 모두의 손해로 귀결된다.

지난 3월 허특법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약사법 개정안과 건강보험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약사법 개정안은 통과됐지만 건강보험법 개정안은 아직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건강보험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특허권자의 판매금지 남용으로 인해 판매금지 기간에 발생한 건강보험 재정 손실액을 특허권자에게 효율적으로 징수하는 것이다. 특허권 본래의 목적 범위를 벗어난 권리 남용을 통제하기 위한 마땅한 조치다.

국회가 국민 약값 부담을 줄여줄 건강보험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외면하면 국민 모두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