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소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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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미국 서부 로키산맥 일대에 산불이 무섭게 번지고 있다고 한다. 100여곳에서 발생한 산불로 벌써 292.5㎢가 잿더미로 변했다. 여의도의 100배가 넘는 면적이다. 집도 100여채나 전소했다. ‘로키 산불’ 진화에 투입된 소방대원 숫자는 2만명을 넘어섰다.
소방관들의 적은 화염뿐만이 아니다.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폭염과 험준한 산악지형과도 사투를 벌여야 한다. 불길에 쓰러진 나무에 깔려 숨지거나 연기에 질식해 사망한 소방관이 속출하고 있다. 스모크 점퍼(smoke jumper)로 불리는 삼림소방대원들의 고통은 더 크다. 낙하산을 타고 험한 지형으로 침투한 이들은 영화 ‘파이어 스톰(Fire Storm)’처럼 강력한 ‘불폭풍’을 뚫고 진화작업을 펼친다.
미국에서는 매년 100~120명의 소방관이 사망하고 6만여명이 부상을 당한다고 한다. 9·11테러 땐 347명이 하루아침에 유명을 달리했다. 그런데도 소방관은 선망의 대상이다. 목숨 걸고 남을 돕는다는 자부심이 대단하고 보수도 넉넉한 편이다. 순직하면 영웅 대접을 받고 유족 생계도 걱정이 없다.
소방관의 지위도 높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은 소방관 출신이 수장을 맡는다. 일본도 국가 재난관리를 총리 직할 소방청이 맡아 지휘한다. 독일은 재난뿐만 아니라 환경분야까지 소방관이 관리한다. 고도의 전문 인력들이 사고 현장의 희생을 줄이고 예방까지 철저하게 하는 게 최근의 트렌드다.
엊그제 터진 중국 톈진항 폭발사고에서는 100명 이상의 소방관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사고현장에 투입된 인력은 항만 관리업체에 채용된 민간 소방관으로 대부분 미성년자여서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1만명 이상의 소방관과 직원을 거느린 뉴욕소방국이나 도쿄소방청처럼 숙련된 전문인력이 부족해서 피해가 더욱 컸다.
우리나라도 소방관의 업무 환경이 좋은 건 아니다. 해마다 7~9명이 사망하고 300여명이 다친다. 연평균 8회 참혹한 현장에 노출되고 여러 가지 심리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36.8%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심각하게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 80시간 넘게 일하지만 위험수당은 5만원, 화재진압수당은 8만원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소방관들은 출동 전에 저마다 기도한다. “반드시 두 사람을 구할 수 있게 해 주소서. 등에 업은 한 사람과 저 자신, 제 목숨을 잃으면 다른 사람을 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고생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기도 말고 무엇을 더 해 줄 수 있을까.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소방관들의 적은 화염뿐만이 아니다.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폭염과 험준한 산악지형과도 사투를 벌여야 한다. 불길에 쓰러진 나무에 깔려 숨지거나 연기에 질식해 사망한 소방관이 속출하고 있다. 스모크 점퍼(smoke jumper)로 불리는 삼림소방대원들의 고통은 더 크다. 낙하산을 타고 험한 지형으로 침투한 이들은 영화 ‘파이어 스톰(Fire Storm)’처럼 강력한 ‘불폭풍’을 뚫고 진화작업을 펼친다.
미국에서는 매년 100~120명의 소방관이 사망하고 6만여명이 부상을 당한다고 한다. 9·11테러 땐 347명이 하루아침에 유명을 달리했다. 그런데도 소방관은 선망의 대상이다. 목숨 걸고 남을 돕는다는 자부심이 대단하고 보수도 넉넉한 편이다. 순직하면 영웅 대접을 받고 유족 생계도 걱정이 없다.
소방관의 지위도 높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은 소방관 출신이 수장을 맡는다. 일본도 국가 재난관리를 총리 직할 소방청이 맡아 지휘한다. 독일은 재난뿐만 아니라 환경분야까지 소방관이 관리한다. 고도의 전문 인력들이 사고 현장의 희생을 줄이고 예방까지 철저하게 하는 게 최근의 트렌드다.
엊그제 터진 중국 톈진항 폭발사고에서는 100명 이상의 소방관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사고현장에 투입된 인력은 항만 관리업체에 채용된 민간 소방관으로 대부분 미성년자여서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1만명 이상의 소방관과 직원을 거느린 뉴욕소방국이나 도쿄소방청처럼 숙련된 전문인력이 부족해서 피해가 더욱 컸다.
우리나라도 소방관의 업무 환경이 좋은 건 아니다. 해마다 7~9명이 사망하고 300여명이 다친다. 연평균 8회 참혹한 현장에 노출되고 여러 가지 심리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36.8%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심각하게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 80시간 넘게 일하지만 위험수당은 5만원, 화재진압수당은 8만원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소방관들은 출동 전에 저마다 기도한다. “반드시 두 사람을 구할 수 있게 해 주소서. 등에 업은 한 사람과 저 자신, 제 목숨을 잃으면 다른 사람을 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고생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기도 말고 무엇을 더 해 줄 수 있을까.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