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첨단기업 간의 ‘인력 빼가기’ 전쟁이 전례 없이 격화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미국 경제가 회복되는 가운데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장래성 있는 신생기업들이 기존 첨단 대기업에서 일하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무차별적으로 데려가고 있는 것이다.

신생기업들이 ‘인력 사냥’에 나서면서 가장 먼저 노리는 대상은 구글이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이 ‘알파벳’(Alphabet)이라는 이름의 지주회사 체제로 전격 개편한 데서 보듯이, 이 회사에는 다방면에 걸친 전문인력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구글은 이번 지주회사 체제로의 개편을 통해 사업 영역을 무인자동차와 로봇, 무인기(드론), 생명과학, 우주사업 등으로의 무한 확대를 꾀하고 있다.

구글의 전문인력을 호시탐탐 노리는 기업 가운데 대표적인 곳은 ‘차량 공유서비스’ 우버다. 이미 기업가치가 500억 달러를 넘어선 우버는 자사의 지도서비스 부문을 강화하고자 최근 1년새 ‘구글맵’ 분야에서 일하는 전문인력에 대한 대대적인 영입 전쟁을 벌였다.

‘공유숙박서비스’로 유명한 에어비앤비 역시 구글의 관련 전문인력을 100명 이상 빼갔다. 신생 첨단기업의 인력 사냥은 특정 분야의 전문인력에만 국한하지 않고 무차별로 진행되고 있다. 심지어 요리사도 인력 사냥의 대상이다. 구글의 구내식당이 전 세계 기업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잘 갖춰져 있다는 평판이 퍼지자,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구글 구내식당에서 일해온 전문 요리사 2명을 자사에 고용했다.

5년간 구글에서 일하다 얼마전 퇴사한 소프트웨어 전문가 로드리고 이핀체(28)는 “전문인력을 (빼가기) 위한 시장이 형성됐다”면서 “이로 인해 내가 일하고 싶은 곳으로 옮기는 것이 더욱 쉬워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글에서 일하는 동안 채용 전문가로부터 하루에 1∼2통씩 이직을 권유하는 이메일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미국 내 첨단기업들이 몰려 있는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인력 빼가기 전쟁이 일었던 것이 새삼 새로운 일도 아니지만, 최근의 인력 사냥은 예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특징이 있다. 무엇보다 기존 공룡기업을 대상으로 인력을 빼가려는 신생 첨단기업들이 전례 없이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데다가 장래성까지 있다는 점에서 인력 빼가기 전쟁의 규모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주변에서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인력 사냥에 나서는 신생 첨단기업이 120곳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신생 첨단기업들의 사냥감이 되는 기업이 구글에만 국한한 것은 아니다. 옐프와 트위터에서 일하는 전문인력들의 자리 옮김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고 성장성에 일부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이탈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사내에서 무자비한 생존 경쟁을 겪는 것으로 알려진, ‘공룡’ 온라인 유통업체인 아마존닷컴 등과 같은 기업의 직원들도 대우와 복지가 나은 신생 첨단기업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마이크 커티스 에어비앤비 부회장은 “전문인력들은 이제 잠재적인 성장 가능성, 시장 지배력 등을 염두에 두고 일자리를 찾는다”고 말했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신생 첨단기업이 등장하면 언제든지 옮겨갈 사람들이 넘쳐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