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세상에 키 큰 나무만 있다면 비에 휩쓸린 흙더미에 묻히겠지
푸른 숲이 유지되는 비결은 나무끼리의 공존과 조화다. 산에 키 큰 나무만 있으면 장마철 홍수를 피할 수 없다. 비가 곧장 땅으로 떨어져 흙을 쓸어버리기 때문이다. 키가 다양한 나무와 풀이 함께 있어야 빗방울을 막고 흘러보낼 수 있다. 숲 속 나무들의 이런 모습은 다양성이 만들어내는 조화의 가치를 보여준다.

‘나무 인문학자’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사진)는 《나무철학》에서 “나무를 통해 스스로를 존중하는 법을 배운 덕에 끊임없는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서로를 비교하지 않고 자신만의 특성으로 세상에 기여하는 나무를 보며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책마을] 세상에 키 큰 나무만 있다면 비에 휩쓸린 흙더미에 묻히겠지
나무를 연구하며 관련 저서를 15권이나 낸 저자는 “나무를 가까이에서 가만히 보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의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며 나무로부터 배운 28가지 인생철학을 제시한다. 건강한 삶의 자세에 대한 단상들을 다양한 수종의 나무뿌리부터 나이테, 가지, 낙엽 등에서 찾았다.

저자는 나무가 보여주는 ‘흔들림의 철학’을 익히라고 권한다. 나무는 바람이 불면 흔들린다. 시련을 앞에 두고 조금도 흔들리지 않으려 몸에 힘을 주는 사람과 다른 점이다. 저자는 “가끔 나무가 거센 바람을 만나 꽃과 열매를 잃어버리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뿌리가 굵어지고 기반이 튼튼해진다”며 “꼿꼿한 채로 큰 바람에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는 조금씩 흔들리며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나무로부터 치열한 태도의 중요성도 배웠다. 그는 “한순간도 성실하지 않으면 나무는 존재할 수 없다”며 “나무는 치열하게 살면서도 구태여 그 모습을 자랑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 예가 아까시나무다. 아까시나무는 생존력과 번식력이 강하다.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거치며 민둥산이 된 한국의 산을 푸르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자신을 위해 열심히 가지를 뻗치지만 이기적이지 않다. 저자는 “아까시나무는 벌에게 꿀을 제공하고, 인간에게는 꽃향기와 땔감, 가구를 준다”며 “치열한 삶의 결실로 다른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책을 추천한 이익재 교보문고 인문MD는 “나무들의 생태 속에서 삶의 자세를 되짚어 주고, 오늘을 살아갈 힘을 북돋아 주는 책”이라며 “결실의 순간을 위해 묵묵히 나아가는 수많은 나무 이야기를 보며 새학기를 맞는 대학생들이 기다림과 노력의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