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고급형 스마트폰 신제품 가격을 확 낮춰 시장 공략에 나섰다. 20일 국내 판매에 들어간 갤럭시노트5(32기가바이트·GB)의 출고가는 89만9800원. 기존 노트 시리즈 가격은 90만~100만원대였다. 삼성전자가 고급형 신제품 가격을 낮추자 성숙기에 진입한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구도가 스펙(부품 구성)에서 가격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외에서 업체 간 가격인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대지원금 28만5000원

삼성전자는 32GB와 64GB 두 가지 용량의 갤럭시노트5 제품 가격을 각각 89만9800원, 96만5800원으로 정했다. 갤럭시S6엣지 플러스는 32GB 단일 용량으로 출시했다. 가격은 93만9400원이다.

신제품을 통신사를 통해 구입하면 지원금을 받아 최저 50만~60만원대에 살 수 있다. 통신 3사 가운데 LG유플러스가 지원금을 가장 많이 준다. 월 10만원의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하면 32GB짜리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엣지 플러스에 동일하게 28만5000원의 공시지원금을 지급한다.

공시지원금의 15%까지 지원하는 판매점과 대리점의 추가 지원금까지 받으면 32GB짜리 갤럭시노트5는 57만2050원, 갤럭시S6엣지 플러스는 61만1650원에 구입할 수 있다.

SK텔레콤과 KT는 월 10만원 안팎의 최고가 요금제에 가입하면 각각 24만8000원, 28만1000원의 공시지원금을 준다. 월 5만원대 요금제 가입 조건의 통신 3사 공시지원금은 13만~17만원 수준이다.

통신 3사는 신제품 판매를 계기로 가입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마케팅 경쟁에 들어갔다. SK텔레콤은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엣지 플러스 개통 가입자 중 1만명을 추첨해 가수 비틀스의 무손실 원음 27곡이 담긴 SD카드 앨범을 제공한다. KT는 드론, 스마트워치, 블루투스 헤드셋 등을 경품으로 내걸었다.
몸값 낮춘 고급 스마트폰…갤노트5, 최대 지원금 받으면 50만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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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경쟁서 가격 경쟁으로

박진영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기획팀 상무는 지난달 말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앞으로 탄력적인 가격 정책을 펴겠다”고 말했다. 대화면 시장에 진입해 고급형 스마트폰 시장을 잠식한 애플과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중저가 시장을 파고드는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맞서기 위해 마케팅 전략의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갤럭시노트5의 가격은 노트 시리즈 가운데 최고가였던 갤럭시노트2(108만9000원)에 비해 17% 낮아졌다. 최근 3년간 노트 시리즈 가격은 갤럭시노트3 106만7000원, 갤럭시노트4 95만7000원, 갤럭시노트5 89만9800원으로 매년 10만원가량 떨어지는 추세다.

국내 1위 스마트폰업체인 삼성전자가 가격 인하에 나서자 LG전자도 부심하고 있다. LG전자는 최신 스마트폰 G4를 출시한 뒤 출고가를 한 번도 내리지 않았다. 오는 10월 출시할 예정인 LG전자 스마트폰 신제품 가격도 높게 책정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스마트폰 가격이 낮아지는 것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2010년 70%를 넘나들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연간 성장률은 내년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질 전망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스펙 진화가 한계에 다다르자 경쟁 요인이 스펙에서 가격, 디자인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 부품 가격이 낮아진 것도 가격 하락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