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화가'를 가질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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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의 사랑 받는 국보급 작가
문화적 자부심을 대변하는 아이콘
엄정히 선정, 국민적 관심 환기를"
이명옥 < 사비나미술관장·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 savinalecture@hanmail.net >
문화적 자부심을 대변하는 아이콘
엄정히 선정, 국민적 관심 환기를"
이명옥 < 사비나미술관장·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 savinalecture@hanmail.net >
미술관장이라는 직업 때문인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인지’ 묻는 습관이 생겼다. 실망스럽게도 대부분 딱히 이름을 떠올릴 만한 작가가 없다고 대답한다. 그럴 때면 한국에도 미술계의 이순신, 세종대왕, 백범 김구 같은 위대한 작가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국내 미술계는 대체로 대가, 거장, 유명작가, 인기작가 등을 편의에 따라 선택해 ‘국민화가’로 부르고 있다. 그러나 선정과 자격기준, 업적평가에 대한 검증 절차 없이 국민화가라는 칭호를 사용하기 때문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국민화가는 말 그대로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한몸에 받는 국보급 작가를 가리킨다. 예술 분야에서 역사적으로 뛰어난 업적을 이뤘거나 문화발전에 크게 기여한 작가에게 국민화가의 영광이 주어진다. 문화선진국에는 위대한 업적으로 조국을 빛낸 국민화가가 있다. 예를 들면 독일의 국민화가는 독일 르네상스 회화의 완성자로 불리는 알브레히트 뒤러다. 뒤러는 문학의 괴테와 함께 독일정신과 자부심을 상징한다. ‘이탈리아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있다면 독일에는 뒤러가 있다’는 찬사를 받고 있을 정도다.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미술사학자 에르빈 파노프스키는 뒤러의 업적을 이렇게 평가했다. ‘15세기 독일에서 꽃피운 인쇄술과 판화는 뒤러에 의해 예술로 승격됐고 세계에 보급되면서 독일은 미술대국이 될 수 있었다.’
영국의 국민화가는 영국 근대미술의 아버지로 인정받는 윌리엄 터너다. 영국의 국립미술관들은 터너를 세계인에게 자랑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내셔널 갤러리는 기획전 홍보 글에 ‘영국 문학에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있다면 영국 풍경화에는 윌리엄 터너가 있다’고 적었다. 테이튼 브리튼은 해마다 수여하는 영국 최고권위의 현대미술상인 ‘터너상’의 명칭을 터너의 이름에서 가져와 기념하고 있다. 그뿐인가. 테이트 브리튼에는 터너의 명성을 빛내주는 11개의 터너전시실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관객들은 터너의 그림을 감상하면서 터너가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을 비롯한 후대 예술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던 업적을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문화강국에만 국민화가가 있는 것은 아니다. 스웨덴에는 국민이 사랑하는 화가 칼 라르손이 있다. 칼 라르손은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가구와 실내장식, 주방용품 디자인을 유행시키는 데 기여한 원조화가다.
그는 삽화가로도 유명하다. 그의 가족이 스웨덴풍 집에서 화목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그림책 ‘가정’은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군인들이 성서와 함께 간직했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폴란드의 국민화가 얀 마테이코, 체코의 국보급 화가 알폰스 무하, 베트남의 국민화가 부이샹파이는 조국애와 민족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국가적 영웅이자 아이콘이다.
한국에도 국민작가의 자격을 갖춘 훌륭한 후보군이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미술계는 지금부터라도 국민작가를 발굴하고 업적을 재평가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국민작가의 선정기준은 ‘신화가 된 사람들’의 저자 진 랜드럼의 조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는 위대한 업적을 달성한 인물을 선정할 때 업적뿐만 아니라 국내외 학자와 전문가들의 연구물에 얼마나 많이 인용됐는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술적 업적에 대한 영향력을 측정해 점수에 반영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민화가의 탄생은 침체한 한국 미술계에 활력과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자극제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 과연 누가 엄격한 검증을 통과해 최초의 국민화가라는 영광을 안을까.
이명옥 < 사비나미술관장·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 savinalecture@hanmail.net >
국민화가는 말 그대로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한몸에 받는 국보급 작가를 가리킨다. 예술 분야에서 역사적으로 뛰어난 업적을 이뤘거나 문화발전에 크게 기여한 작가에게 국민화가의 영광이 주어진다. 문화선진국에는 위대한 업적으로 조국을 빛낸 국민화가가 있다. 예를 들면 독일의 국민화가는 독일 르네상스 회화의 완성자로 불리는 알브레히트 뒤러다. 뒤러는 문학의 괴테와 함께 독일정신과 자부심을 상징한다. ‘이탈리아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있다면 독일에는 뒤러가 있다’는 찬사를 받고 있을 정도다.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미술사학자 에르빈 파노프스키는 뒤러의 업적을 이렇게 평가했다. ‘15세기 독일에서 꽃피운 인쇄술과 판화는 뒤러에 의해 예술로 승격됐고 세계에 보급되면서 독일은 미술대국이 될 수 있었다.’
영국의 국민화가는 영국 근대미술의 아버지로 인정받는 윌리엄 터너다. 영국의 국립미술관들은 터너를 세계인에게 자랑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내셔널 갤러리는 기획전 홍보 글에 ‘영국 문학에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있다면 영국 풍경화에는 윌리엄 터너가 있다’고 적었다. 테이튼 브리튼은 해마다 수여하는 영국 최고권위의 현대미술상인 ‘터너상’의 명칭을 터너의 이름에서 가져와 기념하고 있다. 그뿐인가. 테이트 브리튼에는 터너의 명성을 빛내주는 11개의 터너전시실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관객들은 터너의 그림을 감상하면서 터너가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을 비롯한 후대 예술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던 업적을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문화강국에만 국민화가가 있는 것은 아니다. 스웨덴에는 국민이 사랑하는 화가 칼 라르손이 있다. 칼 라르손은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가구와 실내장식, 주방용품 디자인을 유행시키는 데 기여한 원조화가다.
그는 삽화가로도 유명하다. 그의 가족이 스웨덴풍 집에서 화목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그림책 ‘가정’은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군인들이 성서와 함께 간직했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폴란드의 국민화가 얀 마테이코, 체코의 국보급 화가 알폰스 무하, 베트남의 국민화가 부이샹파이는 조국애와 민족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국가적 영웅이자 아이콘이다.
한국에도 국민작가의 자격을 갖춘 훌륭한 후보군이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미술계는 지금부터라도 국민작가를 발굴하고 업적을 재평가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국민작가의 선정기준은 ‘신화가 된 사람들’의 저자 진 랜드럼의 조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는 위대한 업적을 달성한 인물을 선정할 때 업적뿐만 아니라 국내외 학자와 전문가들의 연구물에 얼마나 많이 인용됐는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술적 업적에 대한 영향력을 측정해 점수에 반영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민화가의 탄생은 침체한 한국 미술계에 활력과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자극제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 과연 누가 엄격한 검증을 통과해 최초의 국민화가라는 영광을 안을까.
이명옥 < 사비나미술관장·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 savinalecture@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