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끈끈해지는 '우리은행-삼성'
우리은행과 삼성그룹의 금융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삼성그룹의 주거래은행이라는 ‘특수 관계’를 기반으로 핀테크(금융+기술), 복합점포 등 다양한 영역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은 지난 20일 삼성전자의 삼성페이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파트너가 되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였다. 삼성페이는 신용·현금카드 없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간편 결제할 수 있는 핀테크 서비스다.

은행들이 눈독을 들인 것은 삼성페이에 추가되는 은행 자동화기기(ATM) 출금 서비스였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높은 만큼 삼성페이의 ATM 출금 서비스 제공 은행으로 선정될 경우 얻는 효과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뚜껑을 연 결과 삼성전자로부터 최종 선택을 받은 곳은 우리은행이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삼성페이의 ATM 출금 서비스를 유일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은행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과 우리은행은 지난 4월에도 협업 모델을 선보였다. 삼성증권과 우리은행은 은행·증권 복합점포를 공동 운영하는 것을 포함해 예·적금 및 펀드, 주식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공동 개발하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우리은행은 지난해 우리투자증권 매각 이후 금융지주 체제의 다른 은행들과 달리 다양한 금융상품을 팔 수 없었던 문제를 다소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삼성그룹과 우리은행의 ‘끈끈한’ 관계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은 이즈음부터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일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정했다. 지금도 우리은행은 삼성그룹 전체 은행권 여신 중 가장 많은 12%를 차지하고 있다. 또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수원·아산·기흥 등 삼성그룹 계열사의 주요 사업장 19곳에 영업점을 두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삼성 주요 사업장에 있는 유일한 은행 지점이다 보니 20여만명에 달하는 삼성 임직원의 금융거래 수요를 사실상 독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