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막 내린'징비록'에서 배우는 리더의 조건
“광복 70주년을 맞아 리더십을 조망하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어요. 임진왜란이라는 국난을 버텨낸 조선 선조 시대 지도자들을 소재로 삼은 이유입니다.”

최근 종영한 KBS 역사드라마 ‘징비록’을 연출한 김상휘 PD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함께 생각해볼 만한 거리를 주는 것이 역사 드라마의 역할”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최고 시청률 13.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방영 내내 화제에 오른 이 드라마는 조선 선조 시대 영의정을 지낸 서애 류성룡(1542~1607)에게 초점을 맞춰 임진왜란 시기를 그렸다. 징비록은 ‘지난 잘못을 반성하여 후환을 경계하는 기록’이라는 뜻이다. 임진왜란의 배경과 전황을 기록한 류성룡의 저서에서 이름을 따왔다.

“징비록에 나온 지도자와 관료들의 모습에서 이 시대 리더들에게 주는 교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리더들은 통찰력과 책임감, 인재를 보는 안목을 갖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드라마는 격렬한 전투와 화려한 액션 장면에 치중하는 요즘 사극과 달리 정치적 맥락을 중요하게 다뤘다. 선조와 류성룡, 이순신 등 다양한 리더의 시각에서 임진왜란기를 다각도로 조명해보기 위해서다.

리더의 통찰력이 중요하다는 점은 당시 지도층의 왜군 침략 가능성을 두고 대립했던 모습에서 잘 나타난다. 드라마는 조선통신사로 일본의 동태를 살피고 온 서인 황윤길(김종수 분)과 동인 김성일(박철호 분)이 서로 엇갈린 주장을 펼치자 조정이 상반된 두 의견 중 하나를 선택하는 과정을 깊이 있게 그려냈다. 당시 대신들은 왜군이 침입할 조짐이 없다는 김성일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임진왜란이 7년간 지속되며 조선에 막대한 피해를 준 것은 시대를 읽는 리더의 통찰력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전국시대가 끝나고 통일을 이룬 일본은 중국으로 세력을 뻗치고자 했습니다. 전력을 다해 철저하게 방비했다면 전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겠죠. 지난 200여년간 외침이 없는 상황에 익숙했던 선조와 당시 관료 대부분은 ‘설마 정말 전쟁이 나겠느냐’며 안이하게 대처했어요.”

그는 이어 “드라마를 통해 책임을 질 줄 아는 리더십의 중요성을 드러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드라마에서 당파 싸움에 몰두하던 대신들과 전쟁이 나자 백성들을 버리고 도망간 관료들의 모습은 당시 무책임했던 지도층을 대변한다.

이들과 대비를 이루는 인물이 나라와 백성에 대한 책임감으로 목숨을 걸고 왜군과 싸운 이순신(김석훈 분), 의병장 곽재우(임혁 분)와 고경명(유승봉 분) 등이다. 김 PD는 “왜란 극복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책임감 있는 소수의 지도자와 애국심 넘치는 백성들의 모습을 부각했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전후 조선의 정치 상황을 조명하며 리더의 책임감을 재차 강조했다. 왜란으로 입은 큰 피해의 탓을 다른 이들에게 돌리는 선조(김태우 분)에게 류성룡은 “군주의 자리는 책임을 지는 자리”라고 직언했다.

김 PD는 “류성룡은 책임감과 함께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을 지니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는 드라마에서 류성룡이 왜란을 막기 위한 전라좌수사로 평범한 집안 출신인 이순신을 천거했을 때 조정 대신들과 겪은 갈등에서 잘 드러난다. 일곱 품계가 뛰는 파격 승진이어서 대신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끝까지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으며 결국 성사시켰고, 선조가 이순신을 버리려 할 때도 “이순신은 나라의 목숨과 같다”며 그를 변호했다.

김 PD는 “류성룡이 관직을 걸고 이순신을 지키겠다고 나선 것은 자신이 천거했기 때문이 아니라 국가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데 이순신이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인재를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능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