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원전 사고도 막아
이 원전은 150만㎾급으로 현존하는 원전 가운데 발전용량이 가장 크다. 지난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APR+ 원전의 표준설계를 인가했다. 정부는 제7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2028년과 2029년 APR+ 원전을 한 기씩 지을 계획이다.
APR+는 발전용량이 140만㎾급인 기존 원전보다 10만㎾ 크다. 프랑스와 일본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측에 160만㎾급 원전의 설계인가를 요청한 적은 있다. 하지만 NRC가 이를 거부해 APR+ 원전이 현재 개발을 추진 중인 차세대 원전 가운데 발전용량이 가장 크다. 핵연료봉이 16개 추가로 들어가고 원자로 지름은 30㎝ 커졌다.
APR+는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들어 수출에 걸림돌이 없는 첫 번째 100% 토종 원전이다. APR1400에서는 해외에 의존했던 원자로냉각펌프(RCP)와 원전계측제어설비(MMIS), 원전설계용 핵심코드 등 이른바 마지막 미자립 기술 3개를 모두 확보했다.
안전성은 한층 보강했다. 원자로가 정지하면 냉각수를 공급하는 비상 발전기와 펌프 외에 전기가 끊긴 상태에서도 중력과 대류 같은 자연 원리만을 이용해 냉각수를 공급하는 패시브 냉각장치가 달린다. 원자로에서 나온 뜨거운 증기가 가벼워져 파이프를 타고 원자로 위의 물탱크를 통과하면 식으면서 물로 변하고, 다시 중력을 받아 아래쪽 원자로로 공급되는 원리다. 원자로 냉각에 필요한 전기가 끊겨도 최대 3일간 냉각수가 공급된다.
원자로 노심이 녹아내리는 중대 사고가 일어나는 빈도는 APR1400이 10만년에 1회 미만인 데 비해 APR+는 100만년에 1회 미만 일어나도록 설계 목표를 세웠다.
APR+는 발전 규모가 커졌지만 효율성은 더 높다. 건설 공기가 APR1400보다 1년 줄어든 36개월로 단축돼 건설 기간 장기화에 따른 이자비용 지출 부담을 덜게 됐다. 화력발전소처럼 전기 생산량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어 시시각각 변하는 전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김한곤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소 그룹장은 “APR+는 원전 설계와 건설 분야에서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최악의 상황에서도 주민 대피가 필요 없는 혁신적 기술이 적용되는 첫 원전”이라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APR+를 둘러싼 논란이 없는 것도 이런 우수성 덕분이다. 새로운 원전 기술이 나올 때마다 논란을 낳았던 것에 비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