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에게 인생 조언한 박칼린 음악감독 "노래는 발성, 춤은 몸 만들기…기본에 충실하라"
“연예인이 돼 부와 명예를 얻겠다는 생각이라면 차라리 사기를 치는 게 빠릅니다.”

음악감독 겸 연출가인 박칼린 씨(사진)는 22일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에서 장래에 뮤지컬 분야 종사를 희망하는 청소년 500여명을 대상으로 열린 특강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사는 동안 멋지게’란 제목으로 강연한 박씨는 “단순히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 나온 배우 조승우를 보고 ‘그 사람처럼 되겠다’고 생각해 도전하면 안 된다”며 “뮤지컬계에서 어떤 일을 하든 그 일에 맞도록 제대로 기본기를 닦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날 강연에서 음악감독이 하는 일과 자신이 그 일을 하게 된 계기 등을 풀어놨다. 그는 “처음 한 연극에 배우로 섰는데 상대 남자 배우가 대사를 자주 잊어버렸다”며 “빈 순간을 메우려 여덟 마디 노래를 준비해 불렀는데 그걸 본 뮤지컬 ‘명성황후’ 제작진이 날 음악감독으로 캐스팅했다”는 일화를 전했다. 또 “내 일을 열심히 하니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었다”며 “내가 빛나면 어디서나 그 빛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단 하루를 살아도 하고 싶은 일을 멋지게 하며 사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잘하는 것만 하면 심심하지 않을까”라며 “어렵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면 그 과정이 훨씬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런 결정을 하기 위해선 자신이 열심히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부모나 교사의 반대로 자신의 꿈을 꺾었다고 말하는 이들에 대해선 냉정히 꼬집었다. 박씨는 “결국 어느 순간 자신이 선택한 것이고, 부모님 뜻을 따랐다면 최소한 효도는 한 것”이라며 “다른 길을 선택함으로써 대신 얻은 행복은 잊어버린 채 이루지 못한 것만 이야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는 탄탄한 기본기를 꼽았다. 박씨는 “노래를 원한다면 발성, 춤을 추고 싶다면 몸만들기, 연기라면 화술을 갖춰야 한다”며 “겉멋이 아니라 기본을 갖춰야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대 아래 일’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무대 관련 기술직은 수많은 기술을 제대로 익혀야 하며, 의상이나 조명이라면 또 그에 맞춰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뮤지컬 성공 여부의 최종 결정자는 관객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씨는 “우리 일은 결국 관객의 심판을 받는 일”이라며 “아무리 내가 작품이 좋다고 홍보하고 표를 팔아도 그 작품에 대한 판단은 관객의 몫”이라고 전했다. 박씨는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야구든 요리든 의상디자인이든 하고 싶은 일을 할 땐 힘들어도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다”며 “난 내 일을 즐겁게 20~30년 했는데 여러분도 꼭 하고 싶은 일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