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간 초긴장 상태가 고위당국자 회담 성사로 일단 군사적 충돌 같은 극한 상황은 넘겼다. 최고위급 회담인 만큼 북의 최근 도발은 물론 주요 현안들을 깊숙하게 논의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회담이 효력이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 목함지뢰에 포격 도발까지 해놓고도 국제사회를 향해 우리 정부의 조작이라고 거짓말을 해대는 북이다. 이런 북측이 무슨 제안을 하고 무엇을 약속했건,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북측이 준(準)전시상태 운운하다가 돌연 먼저 회담을 제안했다는 점이다. 중국의 역할이 있었다는 관측도 있지만, 무엇보다 우리 정부와 군의 원칙적인 정면대응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특히 북의 추가 도발 땐 한·미동맹 차원에서 군사적으로 적극 대응할 것이란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 북에 엄청난 압박이 됐을 것이다.

그동안 북측이 도발해올 때마다 밑도 끝도 없는 타협론에 떠밀리고, 심지어 정권이 바뀌면 대북정책 자체가 확 바뀌어 뒤죽박죽됐던 게 사실이다. 북의 소위 ‘벼랑 끝 전술’에 번번이 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대화론이 제기되고 5·24 대북제재를 무조건 철회하라는 소리까지 제기된다. 예측할 수 없는 것은 북측만이 아니라 우리도 마찬가지다. 적당히 주고받기식으로 타협하고 어정쩡하게 봉합하는 것은 북의 추가 도발 여지를 남겨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우리부터 원칙을 지켜야 북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