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중국 리스크'] 중국 진출 기계·유통·식음료 손실 '눈덩이'
중국의 경기 둔화 속에 한국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갈수록 어려운 상황에 몰리고 있다. 기계와 유통, 식음료업종은 중국 진출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고 주력 산업인 전자와 자동차업종도 성장세가 꺾였다.

대신증권이 국내 72개 상장사 중국 법인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CJ제일제당의 중국 법인 매출은 7901억원으로 2013년보다 14% 빠졌다. 같은 기간 순손실 규모는 297억원에서 598억원으로 갑절이 됐다.

유통업종의 대표적 기업인 롯데쇼핑의 중국 매출은 2013년 1조5090억원에서 1조2530억원으로 16.7% 감소했다. 순손실은 1670억원에서 2040억원으로 커졌다. 기계업종은 최대 위기에 놓여 있다. 2012년까지 2조원이 넘었던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법인 매출은 지난해 9157억원으로 3년 전인 2011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 순손실 규모도 지난해 1012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40%가량 불어났다. 한때 중국에서 굴삭기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던 두산인프라코어는 현지 업체인 싼이중공업 등에 밀리면서 3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한화케미칼 삼성전기 삼성SDI LG이노텍 대한통운 등 중견 업체들도 전년에 비해 매출이 줄었다.

그동안 버팀목 역할을 해오던 전자업체와 자동차업종도 난관에 부닥쳤다. 삼성전자의 중국 법인은 지난해 1년 전보다 25.6%나 줄어든 59조178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주력 제품인 휴대폰시장에서 중국 업체 등에 밀리고 있어서다. 작년 1분기만 해도 삼성전자는 중국 휴대폰시장에서 19%의 점유율로 1위였지만 작년 4분기엔 9.8%로 뒷걸음질 쳤다. 올 들어 점유율 9%로 5위로 밀리자 지난 5일 갤럭시S6와 갤럭시S6엣지의 중국 시장 출고가를 내렸다.

현대·기아자동차도 중국 토종업체들의 공세에 고전 중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중국 법인은 2013년까지 매년 2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다 지난해부터 매출과 순이익 등이 모두 정체하고 있다. 올 들어선 경쟁사인 중국 토종업체와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파상 공세에 중국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현대차의 2분기 중국 시장 판매량은 23만4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4.2% 줄었다. 현대·기아차 합산 시장 점유율은 지난 4월까지만 해도 10%대를 꾸준히 유지하며 폭스바겐, GM에 이어 3위를 지켰지만 지난달에는 7.3%까지 떨어졌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