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유의 역사·문화·자원 어우러지는 '시골형 마이스' 육성
기업회의·포상관광·국제회의·전시회를 포괄하는 MICE산업이 ‘관광산업의 꽃’으로 불리며 국가와 지역관광 활성화의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이 높은 관심에 비해 MICE에 대한 이해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MICE산업 육성에 대한 접근 방식이 대규모 회의시설 건립을 위한 투자에 그치거나 아예 아이디어가 없어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포기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지자체들이 호텔과 컨벤션센터 같은 시설 인프라를 가진 대도시형 MICE산업 모델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보다 먼저 지역 고유의 색깔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화회관이나 연수원, 한옥 등의 기존 시설과 문화유적을 비롯해 지역을 상징하는 콘텐츠를 활용해 특화된 MICE 상품을 기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자본과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일회성 대형 국제 MICE 행사 유치에 욕심을 부리기보다 소규모 기업·협회 회의나 이벤트 전시회 개최를 통해 먼저 성공 모델을 찾고 이를 조금씩 키워 지역경제 활성화의 동력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적으로 MICE라고 하면 도시의 화려한 컨벤션센터나 호텔에서 열리는 대규모 국제행사,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칵테일 파티나 만찬 등 떠들썩한 이벤트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제 역발상이 필요하다. 수십여명의 외국인이 참석하는 회의를 분주한 도시가 아니라 한적하고 여유로운 시골의 한옥에서 개최한다면 어떨까. 대청마루와 마당의 차양 아래 멍석을 깔고 둘러앉아 회의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지역에서 재배한 신선한 채소와 과일, 육류 등을 재료로 마을 부녀회가 나서 정성껏 한식을 대접하고, 뒤풀이로 쏟아질 듯 반짝이는 별빛 아래 둘러앉아 막걸리와 모둠전 등을 먹으며 사물놀이패와 어울려 흥겨운 한때를 보낸다면 해외는 물론 국내 참가자에게도 가장 한국적이고 이색적인 회의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MICE산업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나서는 지자체들이 추구해야 할 저비용 고효율의 시골형 MICE 모델이다.

최근 경북 청송군은 MICE를 지역 전략산업으로 정하고 기초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관련 조례 제정에 들어가는 등 MICE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비록 최신 컨벤션센터나 호텔은 없지만 시골형 MICE 모델을 통해 일반 관광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기업회의, 포상관광 단체를 유치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도시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린다는 것이 청송군의 계획이다.

대표적 인적 서비스 산업인 MICE는 창의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21세기형 신지식 산업이다. 이 같은 산업적 속성은 지역이 보유한 각종 자원과 연계한 소규모 기업·협회 회의나 전시회 등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 나오게 한다. 지역에 적합한 MICE 모델을 만들고 잠재 고객을 상대로 끊임없이 새로운 콘셉트를 제시하는 노력에다 지역민의 MICE에 대한 인식 제고와 적극적인 참여가 더해진다면 그것으로 시골형 MICE는 충분하다.

우리 것이 소중하다는 말처럼 지역 고유의 이야기가 있는 MICE 상품을 개발해 부가가치는 물론 홍보효과를 높이는 것이 MICE를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끄는 효자산업으로 발전시키는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