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주최사에 쏠린 정부 예산지원…장치·서비스 분야는 '찬밥'
2003년 300여개였던 전시·박람회가 지난해 570여개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정부의 전시회 개최 지원 예산은 43억3500만원(2003년)에서 올해 50억6900만원으로 7억원 남짓 늘었다. 13년간 예산 증가율은 17%. 그나마 올해 예산은 지난해보다 7억원 줄어들었다. 정부의 예산 지원이 사실상 제자리에 머물면서 전시회 개최 중심인 기존 지원사업 외에 전시 장치·전시 서비스 등 새로운 분야 지원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국내 전시회 개최 지원사업의 규모와 대상 등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 안팎에서 이어지는 이유다.

정부의 전시회 개최 지원사업은 국내에서 열리는 전시회 가운데 매년 50개 안팎을 선정해 해외 바이어와 기업 유치에 필요한 홍보 비용을 최대 50%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2003년 처음 시행됐다. 전시 면적, 해외기업과 바이어 참가 비중 등 행사 규모에 따라 ‘글로벌 톱’ ‘유망’ ‘합동·통합’ 전시회로 구분해 전시회마다 3000만원부터 최대 4억원까지 차등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지원 예산이 전시산업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기존 사업 외에 전시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새로운 지원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시 장치·서비스업계가 전시업계의 균형발전을 위해 지원 예산 확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이유다. 올해 정부 예산 가운데 장치·서비스 분야 예산은 친환경 전시부스 자재 개발 등에 지원하는 1억5000만원이 전부다. 국내 전시회 개최 지원사업 예산(50억6900만원)의 3%에 불과하다.

전시장치업계 관계자는 “독일 미국 등 전시산업 선진국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매년 수십억원의 예산을 장치·서비스 분야 연구개발 등에 지원하고 있다”며 “우리보다 전시산업 육성에 늦게 나선 중국도 최근 물류·통신·재무·관광·숙박·케이터링 등을 지원하며 전시산업 기반 조성에 나섰지만 국내에선 아직 이의 필요성이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최 지원 대상 전시회를 선정하는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연간 전시회 수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나 행사의 성격이나 유형이 다양해진 만큼 전시 규모로만 지원 대상을 정할 게 아니라 새로운 선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한 전시주최사 관계자는 “행사 규모와 해외 기업·바이어의 참가 비중 등 현재의 선정기준으로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소 규모의 행사를 발굴해 육성할 수 없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업계가 성장의 기회를 공유하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승현 한남대 교수는 “해외 기업과 바이어만 유치한다고 전시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올라갈 수 없다”며 “전시회를 판로 개척, 무역진흥의 수단이 아니라 사회·경제·문화적으로 다양한 성과와 결과를 창출해내는 독자적인 서비스산업의 하나로 이해하고 그에 맞는 성장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_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