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토벤 피아노삼중주 전곡 연주와 음반 발매를 앞둔 첼리스트 양성원 씨(연세대 음대 교수·사진)는 “2~3년 전부터 준비한 연주회인데 지금은 베토벤이 작곡할 당시의 표정이 읽힐 정도로 친근한 느낌”이라며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가 호흡을 맞추는 트리오의 존재감을 지우고 ‘곡만 남기는’ 연주를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세종문화회관 ‘올해의 상주 음악가’다. 선정 당시 세종문화회관의 기획 실내악 공연 ‘2015 세종 체임버 시리즈’를 구상하고 시리즈의 모든 곡에 참여하기로 했다. 비발디와 하이든, 멘델스존 등의 실내악으로 구성한 지난 3월과 5월 상반기 연주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세종 체임버 시리즈의 남은 공연은 전부 베토벤 곡으로 채운다. 다음달 8~9일에는 그가 이끄는 ‘트리오 오원’이 베토벤 피아노삼중주 전곡을 연주한다. 이어 12월1~2일 세종 체임버 시리즈도 베토벤 소나타·변주곡 전곡 연주로 진행할 예정이다.
양씨는 “세종 실내악 시리즈 자체가 연관성 있는 공연이지만 베토벤 완주는 연관성을 넘어 하나의 완결성을 지닌 프로그램”이라며 “베토벤의 초기부터 후기까지 이어지는 인생 사이클을 전부, 내밀하게 표현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젊었을 때의 패기, 중년의 푸근함, 후기의 영적인 이상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악기 연주를 넘어서야 합니다. 피아노나 첼로로 음표 하나하나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내면의 순간을 살려야 하기 때문에 도전적이고 역동적인 작업이죠. 가장 사랑하는 곡 중 하나가 베토벤 피아노삼중주 ‘대공’인데 음악가로서 모든 것을 이겨내고 영적으로 한 단계 올라간 사람의 흔적과 인생이 담긴 곡입니다.”
그가 피아니스트 에마뉘엘 스트로세, 바이올리니스트 올리비에 샤를리에와 함께 ‘트리오 오원’을 꾸린 지도 벌써 6년이 됐다. 지난 두 달간 프랑스에서 함께 페스티벌에 참가하며 연습했다. 양씨가 파리 고등음악원에 다닐 때부터 교류한 이들이다. 그는 “요즘 자주 생각하는 건 되도록이면 연주자는 사라지고 ‘곡이 남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추구하는 과정이 한도 끝도 없지만 감동은 더 진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8~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10~13일 경기 안양 평촌아트홀 공연에 이어 14~15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도 공연이 예정돼 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