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힘 못쓰는 서울시 전세난 대책
“강남 지역 한 재건축 단지의 이주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마자 조합원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이주 일정을 조정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서울시 주택건축국 공무원)

서울시가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재건축 이주 특별대책’을 내놓은 건 지난 4월이다. 부동산 시장이 되살아나 오랜 기간 멈춰 섰던 재건축 사업이 다시 속도를 내면서 수만 가구 아파트가 동시에 철거돼 심각한 전세난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올해와 내년에 강남 4구에서 철거되는 주택만 각각 1만9000여가구와 2만4000여가구에 이른다. 재건축 단지 주민들이 비슷한 시기에 전셋집 구하기에 나서면서 ‘강남 4구발(發) 전세난’이 서울 전역을 강타할 수도 있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었다.

4개월이 지난 지금 서울시 우려는 현실이 됐다. 재건축 대상 단지가 많은 강동구는 올 들어 아파트 전셋값이 평균 13.3% 뛰었다. 강남 4구 평균 상승률도 8.8%로 서울시 평균(5.97%)을 웃돈다.

하지만 서울시가 전세난을 잡겠다고 내놓은 대책들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강동구 천호동, 분양, 다세대주택, 4가구 공급, 2015년 3월 착공·7월 준공.’ 서울시가 재건축 이주민 전셋집 찾기를 돕기 위해 최근 제공한 신규 주택 관련 정보다. 주소와 가구 수만이 나열됐을 뿐 전화번호 등 집 구하기에 필수적인 정보가 없어 무용지물이란 평가가 나온다.

민간 업체들이 빌라 전문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을 내놓고 중개업소 전화번호와 실제 사진까지 제공하는 것과 대비된다. 서울시 담당 공무원은 “시민들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며 “부동산 앱과 협력해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털어놨다.

서울시는 조례를 개정해 500가구가 넘는 재건축 단지는 필요할 경우 이주 시점을 1년 안에서 조정할 방침이다. 조합원 이익과 직결된 이주 일정 조정이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애초 수만 가구가 동시에 이주할 걸 알면서도 사업 승인을 남발한 서울시와 자치구에 강남권 전세난의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는 한 부동산 전문가 말이 설득력 있게 들렸다.

홍선표 건설부동산부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