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중국 리스크'] 중국 증시 지지선 붕괴…시장 금리는 급등
중국 금융시장이 총체적인 난국으로 빠져들고 있다.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면서 주식시장이 재차 급락세로 돌아선 가운데, 위안화 평가절하의 후폭풍으로 시장 금리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인민은행이 이르면 이번주에 지급준비율 추가 인하 조치를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가 24일 8.49% 하락한 3209.91로 추락하자 상하이 증권가에선 “3000선도 장담할 수 없다”는 비관론이 급속하게 확산됐다. 그동안 상하이종합지수의 주요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3500선이 속절없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상하이종합지수가 지난 6월 중순 급락세로 돌아선 이후 중국 정부는 3500선이 무너질 조짐이 보이면 즉각 시장에 개입해 지수를 끌어올렸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3500선을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킬 것이란 공감대가 투자자 사이에서 형성돼 있었다. 하지만 이날은 증시 개장과 동시에 3500선이 무너졌다.

넬슨 옌 창장증권 최고투자책임자는 “모든 투자자의 관심이 3500선 지지 여부에 쏠려 있었다”며 “이 선이 무너지자 투매 물량이 쏟아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단기금리도 최근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지난 11일 인민은행이 단행한 전격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로 상하이은행 간 시장에서 유동성이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1일물 시보(상하이은행 간 금리)는 올 들어 인민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줄곧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 11일부터 상승세로 돌아서 21일에는 연 1.847%로 뛰었다. 위안화 절하 이후 약 열흘 만에 0.29%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위안화 절하 직후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가치가 단기 급락하자 인민은행이 달러화를 팔고, 위안화를 사는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며 “이 여파로 위안화 유동성이 줄어들자 시장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진단했다. 오리엔트증권은 지난 11일 이후 인민은행이 환율 안정을 위해 약 400억달러 규모의 달러화를 매도한 것으로 추정했다.

단기금리가 급등하면 가뜩이나 자금 사정이 어려운 중국의 중소기업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단기금리 급등이 결국 회사채 발행금리 상승과 은행의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왕젠 오리엔트증권 애널리스트는 “실물경기 부양을 위해 단행한 위안화 절하 조치가 단기금리 상승을 유발해 오히려 기업들의 자금난을 가중시키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WSJ는 인민은행 내부소식통을 인용, “인민은행이 조만간 지준율 인하를 통해 시중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