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을 담고 있는 미국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지난주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둔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 중국 증시 급락 등의 악재가 겹친 탓이다.
[커지는 '중국 리스크'] 한국 주식 담은 미국 ETF서 4일간 2300억원 유출 '사상 최대'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아이셰어 MSCI 한국 ETF(EWY)’에서 지난 18~21일 나흘 동안 1억9540만달러(약 2300억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4거래일 유출액으론 2000년 출시 이후 최대치다. EWY 주가가 지난주 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WY는 21일 46.59달러에 마감해 연초보다 15.83% 떨어졌다.

EWY의 주가와 자금유출입액은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보여주는 가늠자로 통한다. 자산 규모가 31억달러(약 3조7000억원)로 한국 주식을 담은 해외 상품 중 가장 덩치가 크기 때문이다. 펀드 내에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간판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도 EWY를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다. 김남기 삼성자산운용 ETF운용팀장은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한국물을 포함한 신흥국 ETF에서 자금이 함께 빠지고 있다”며 “다음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는 자금 유출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외국인 매도 주문의 진원지는 EWY뿐이 아니다. 이날 한국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7238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하루 순매도액 기준으로 2013년 6월21일(8009억원 순매도) 이후 최대 규모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한 금액을 다 합하면 2조6000억원에 이른다. 그동안 긴 호흡으로 한국에 투자해왔던 ‘롱펀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외국인 투기세력에 의한 저가 매수세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200지수 선물 1만8037계약을 순매수했다. 코스피지수가 저점 부근이라고 판단한 일부 외국인이 기술적 반등을 노리고 선물을 싼값에 사들였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공원배 현대증권 책임연구원은 “단기 반등을 노린 투기적 외국인 자금은 유입되고 있지만 EWY같이 덩치가 큰 자금은 연말 배당 수요가 몰릴 때까지 돌아오기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