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지역 이기주의 덫' 걸린 삼성] "공사 현장선 평택 장비만 써라"…발목 잡힌 '반도체 1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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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리포트 - 삼성 평택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
비대위의 무리한 요구
"지역업체 수주 힘드니 장비 안전 기준 낮춰라"
시위에 공사 지연 속출
타지역 중장비 진입 막고 오물 시위…시·정치권 동조
반도체는 시간 싸움인데…
미국은 뛰고 중국 추격은 거세…공사 지연땐 결국 주민 손해
비대위의 무리한 요구
"지역업체 수주 힘드니 장비 안전 기준 낮춰라"
시위에 공사 지연 속출
타지역 중장비 진입 막고 오물 시위…시·정치권 동조
반도체는 시간 싸움인데…
미국은 뛰고 중국 추격은 거세…공사 지연땐 결국 주민 손해
경기 평택시 고덕면 지제교차로를 건너자 거대한 삼성 평택 반도체공장 공사현장이 나타났다. 수많은 대형 트럭과 레미콘이 드나드는 것을 보니 한눈에 대형 공사장임을 알 수 있다. 공사장 여기저기에는 ‘지역 이기주의’를 실감케 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평택시 지역경제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내건 현수막으로 ‘평택에서 타 지역 장비, 근로자 업체가 일을 한다는 건 위험한 일이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이들의 시위로 공사가 지연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주민의 무리한 요구
평택시와 경찰 등에 따르면 ‘평택시민 지역경제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월부터 평택 고덕단지의 삼성 반도체공장 공사현장 앞에서 30여 차례의 시위를 벌였다. 공사에 필요한 인력과 기자재를 사용할 때 평택시에 거주하는 사람과 기자재를 우선 사용해 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다. 비대위는 “평택시가 공장을 유치할 때 기반시설 등을 제공한 만큼 삼성도 지역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비대위의 요구는 지나치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이들은 공사현장에서 필요한 인력과 건설기계를 모두 평택 내에서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는 삼성의 건설장비 안전 기준이 너무 높아 수주하기 힘드니 이를 완화해 달라는 주장까지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도 처음에는 확성기만 동원했지만 최근엔 오물을 던지거나 공사현장에 들어오는 다른 지역 건설장비를 막는 등 ‘물리력’까지 동원하고 있다. 이종호 비대위원장은 “대화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시위에 나섰다”고 말했다.
평택시와 정치권도 비대위를 거들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 정영아 평택시의회 의원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공사현장에 지역 건설업체와 장비 등을 많이 써달라고 계속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대당 수천억원짜리 장비를 설치하는 건물을 짓는데 어떻게 특정 업체만 쓰고, 안전기준을 완화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공정한 기준으로 입찰을 시행해 업체를 선정하고 있는 만큼 이런 기준을 준수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지역 이기주의 부메랑 될 것”
평택공장과 같은 핵심 투자가 지연되면 미국, 중국 등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게 반도체 1위를 노리는 삼성의 우려다. 세계 반도체 업계는 최근 격변기를 맞고 있다. 세계 1위 인텔은 최근 메모리 반도체 업계 진출을 선언했다. 인텔은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신개념 메모리반도체 ‘크로스포인트’의 시제품을 공개했다. 중국 정부도 앞으로 10년간 반도체산업에 180조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BOE 등이 잇따라 메모리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공사가 하루 늦어지는 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잠재적 손실로 따지면 수천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삼성과 경기도는 평택공장 투자로 41조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15만명의 고용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많은 삼성 직원과 협력업체가 이전하면서 막대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섣부른 지역 이기주의는 오히려 평택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평택=남윤선/마지혜 기자 inklings@hankyung.com
지역주민의 무리한 요구
평택시와 경찰 등에 따르면 ‘평택시민 지역경제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월부터 평택 고덕단지의 삼성 반도체공장 공사현장 앞에서 30여 차례의 시위를 벌였다. 공사에 필요한 인력과 기자재를 사용할 때 평택시에 거주하는 사람과 기자재를 우선 사용해 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다. 비대위는 “평택시가 공장을 유치할 때 기반시설 등을 제공한 만큼 삼성도 지역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비대위의 요구는 지나치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이들은 공사현장에서 필요한 인력과 건설기계를 모두 평택 내에서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는 삼성의 건설장비 안전 기준이 너무 높아 수주하기 힘드니 이를 완화해 달라는 주장까지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도 처음에는 확성기만 동원했지만 최근엔 오물을 던지거나 공사현장에 들어오는 다른 지역 건설장비를 막는 등 ‘물리력’까지 동원하고 있다. 이종호 비대위원장은 “대화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시위에 나섰다”고 말했다.
평택시와 정치권도 비대위를 거들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 정영아 평택시의회 의원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공사현장에 지역 건설업체와 장비 등을 많이 써달라고 계속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대당 수천억원짜리 장비를 설치하는 건물을 짓는데 어떻게 특정 업체만 쓰고, 안전기준을 완화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공정한 기준으로 입찰을 시행해 업체를 선정하고 있는 만큼 이런 기준을 준수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지역 이기주의 부메랑 될 것”
평택공장과 같은 핵심 투자가 지연되면 미국, 중국 등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게 반도체 1위를 노리는 삼성의 우려다. 세계 반도체 업계는 최근 격변기를 맞고 있다. 세계 1위 인텔은 최근 메모리 반도체 업계 진출을 선언했다. 인텔은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신개념 메모리반도체 ‘크로스포인트’의 시제품을 공개했다. 중국 정부도 앞으로 10년간 반도체산업에 180조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BOE 등이 잇따라 메모리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공사가 하루 늦어지는 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잠재적 손실로 따지면 수천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삼성과 경기도는 평택공장 투자로 41조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15만명의 고용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많은 삼성 직원과 협력업체가 이전하면서 막대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섣부른 지역 이기주의는 오히려 평택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평택=남윤선/마지혜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