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이 외환위기 때 매각한 라이신 사업부를 17년 만에 되찾고 글로벌 소재시장에 재도전한다. 대상은 백광산업의 라이신 사업부문을 1207억원에 인수했다고 26일 밝혔다. 라이신은 동물 사료에 들어가는 필수아미노산으로,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는 영양소를 공급해 사료의 효율을 높여주는 첨가제다. 중국의 육류 소비가 급증하면서 시장은 매년 10%씩 확대되고 있다.

대상이 라이신 사업을 다시 시작하는 것은 17년 만이다. 1973년 국내 최초로 라이신 개발에 성공한 뒤 사업을 확장해 1990년대 후반 미국 ADM, 일본 아지노모토 등과 함께 세계 3대 라이신 생산회사로 성장했다. 1997년 대상의 라이신 시장 점유율은 22.2%였다. 연매출 2000억원, 이익률은 20%를 웃도는 ‘알짜 사업부’였다.

그러나 외환위기 때인 1998년 건설 및 유통사업 부진으로 자금난을 겪으면서 그해 3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독일 바스프에 라이신 사업부문을 6억달러에 매각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로, 대상은 9000억원대에 매각한 사업을 17년 만에 1207억원에 다시 사들이게 됐다.

바스프는 인수 후 중국 업체들의 난립으로 국제적인 공급 과잉이 발생하면서 적자에 빠져 2007년 라이신 사업부를 백광산업에 250억원에 넘겼다. 백광산업은 이후 800억원을 추가 투자했고, 현재 연간 15만t의 라이신을 생산하고 있다.

이번 인수에는 오너 일가가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그룹 관계자는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사진)이 ‘2016년 그룹 창립 60주년을 앞두고 그룹의 핵심 사업이었던 라이신을 되찾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자’며 강한 인수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대상에 라이신 사업부를 넘긴 백광산업의 김종의 회장은 임 명예회장의 매형이다.

대상이 인수한 백광산업 라이신 사업부는 점유율 6.5%로 세계 5~6위권이다. 대상은 2017년까지 라이신 매출 3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